"물가 뛰니 월급 더 달라"…유럽 중앙은행 노조까지 가세

입력 2021-12-14 14:58   수정 2021-12-15 01:45

“물가 상승을 감안해 임금을 높여달라”는 목소리가 유럽 전역에서 쏟아지고 있다. 유럽 당국은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유럽에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럽의 임금 상승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전 10년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1.9%였다. 문제는 고공행진하는 인플레이션 탓에 유럽인의 실질 임금 인상률이 최근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뛰었다.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실질 구매력이 줄어든 근로자들은 임금을 더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가 관리가 최우선 과제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직원들까지 가세했다. ECB 직원 20%가 소속된 노동조합(IPSO)은 임금 인상률을 최소 5%로 요구했다. ECB가 있는 독일의 물가 상승률이 기록적 수준에 이르러 생활비 압박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ECB는 1.3%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카를로스 볼스 IPSO 부위원장은 “(ECB 직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게)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ECB는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는 회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영국 최대 슈퍼마켓체인 테스코가 대표적이다. 테스코는 물류센터 직원들이 ‘크리스마스 파업’ 카드를 꺼내들자 애초 제시한 인상률(4%)보다 높은 5.5%로 합의했다. 임금 인상은 지난 7월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유럽 당국은 기업들이 임금 인상분을 제품 판매가에 전가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인플레이션이 만성화할 수 있어서다. 아직 유럽 기업들의 임금 인상폭이 크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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