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자료삭제' 산업부 3명 첫 재판

입력 2021-12-14 18:10   수정 2021-12-15 01:10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면서 경제성평가 자료를 지우거나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재판이 14일 시작됐다.

대전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박헌행)는 이날 산업부 공무원 A(53)·B(50)·C(45) 씨 등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대전지검 수사팀이 기소한 지 약 1년 만이다.

이들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2월 관련 문서 530여 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B씨는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C씨는 심야에 정부세종청사 사무실에 들어가 자료 삭제를 실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감사원은 약 1년간의 감사 끝에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했을 때의 경제성을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탈원전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 사건의 쟁점 정리를 위해 그간 다섯 차례의 공판 준비 절차를 밟았다. 준비 절차 기간 동안 검찰과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만 30여 건에 달한다. 원전과 관련해 삭제된 자료 530여 건의 성격과 파일 삭제 경위, 감사원의 영장 없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과 관련해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변호인 측은 “삭제된 자료 중 완성본이라고 볼 만한 문서는 44건뿐이라는 산업부의 사실 조회 의견서를 받았다”며 감사를 앞두고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이에 대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무현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1·2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이들이 삭제한 자료를 모두 공용전자기록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부당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건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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