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석학인 듯 종횡무진 펼치는 이 후보의 ‘정치경제학 썰’은 파격으로 가득하다. 서울대 강연에선 기초노령수당을 지급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본소득 최초 주창자로 지목했다. 기초노령수당은 ‘부분 기본소득’이고, 전 국민에게 확대하면 ‘보편 기본소득’이 된다는 기막힌 삼단논법이었다. ‘횡단보도가 있는 차도는 인도’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논리 비약이다. 물론 ‘부분 기본소득’이라는 말부터 ‘동그란 네모’처럼 성립 불가능한 형용 모순이다.
국가 재정에 대한 생각은 두려우리만치 이단적이다. 그는 ‘국가부채 100%를 넘어도 문제 될 게 없다’ ‘개인부채는 못 갚으면 파산하지만 국가부채는 이월하면 그뿐’이라고 했다. 속칭 ‘사이다’처럼 들리지만 재정, 통화가치,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지식과 고민은 흔적조차 실종이다.
경제를 정치의 종속변수로 경시하다 보니 세계관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도 봇물이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 신설과 관련해 “상위 10%는 손해를 보겠지만 90%는 내는 세금보다 돌려받는 돈이 더 많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을 반복 중이다. “2%만 내는 종부세를 두고 웬 세금 폭탄 타령이냐”는 주장과 판박이다. 하지만 ‘머릿수’는 결코 공정의 증인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폭력적 발상이다. 책·음원의 저작권 보유자가 한 줌에 불과하니 지식·문화 융성을 위해 저작권을 없애자는 주장이 엉터리인 것과 마찬가지다.
선거로 뽑힌 정치집단이 무한권력을 위임받아 이윤만 밝히는 시장의 탐욕을 통제해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지론인 듯하다. 그러니 ‘신용의 원천인 발권력이 국가의 것이니, 국가의 금리 개입도 정당하다’는 발상이 가능하다. ‘국민 도와주자는 데 기재부가 왜 재정을 안 푸는 것인지 이해 불가’라는 이해 불가의 멘트도 나온다. 선출 권력도 헌법이 규정한 공화 가치와 법률이 위임한 권한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민주공화국의 핵심 원리에 대한 무지다.
말이 많으면 꼬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이 후보의 ‘썰’은 그의 경제지식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다. ‘암호화폐 적극 지지자’라던 그는 한 서울대생이 “시뇨리지(발권으로 얻는 이익)를 민간이 먹는 게 정의인가”라고 정곡을 찌르자 “정의롭지 않다”며 말을 얼버무렸다. 편향적인 주변 경제 멘토들의 견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것처럼 포장만 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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