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 소비가 유행하면서 외식업계에서도 명품 열풍과 유사한 파인다이닝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타인과 접촉이 빈번한 일반 술집·식당 대신 비싼 돈을 내는 만큼 고급 식당의 방역 관리가 철저할 것이란 인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자영업자들은 "정작 소상공인들은 연말 특수를 하나도 못 누리게 됐는데 대기업이나 호텔, 대형 사업자들만 호황을 누리게 됐다"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허탈해했다.
박 씨는 "연말 해외여행을 못가게 돼 대신 고급 식당에서 가족 식사를 하려 했지만 예약이 쉽지 않다. 서울 시내 호텔 식당들 5~6군데 더 예약 문의를 해봤지만 한 군데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식당 예약 어플리케이션(앱)인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현재 서울 인기도 상위권 식당 예약률은 연말까지 대부분 만석이다. 일부 인기 식당의 경우 예약이 접수 시작 후 5초 이내로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신라호텔 파크뷰, 롯데호텔 라세느, 조선호텔 아리아, 조선팰리스 콘스탄스 등 주요 특급호텔 뷔페 역시 연말까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오찬·만찬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한 호텔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 역시 예약 취소 등으로 자리가 나면 입장하겠다는 대기자만 수십명"이라고 전했다.
전문직 종사자 김지훈 씨(31)도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인기 스시집 예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미 몇 개월치 예약이 다 차 더 이상 신규 손님은 예약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다. 김 씨는 이 식당 단골인 지인에게 부탁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그는 "인기 식당에 워낙 고객이 몰리니 레스토랑이 '갑'이다"라고 귀띔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적모임 허용 인원이 수도권은 최대 6인, 비수도권은 최대 8인까지로 제한되고 식당·카페 등에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의무화되는 등 방역 수칙이 강화돼 소상공인 외식업자들은 송년회 등 연말 대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전국 85만 곳의 소상공인 카드 매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22∼28일) 전국 외식업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같은 주간보다 5.56% 감소했다.
자영업자들은 잇따른 예약 취소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대규모 예약에는 음식 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재고 손실까지 떠안게 된다.
서울 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46)는 "12월 단체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고 했고, 종로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또 다른 업주는 "예약이 20여건 넘게 취소됐다"고 푸념했다. 그는 "연말 대목을 기대하며 미리 주문한 식재료들을 다 폐기 처분하게 생겼다. 저녁 회식 수요는 물론이고 점심 손님들까지 줄어 타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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