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정밀 촬영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비대면 퍼스널 패션이 각광받고 있다. 구매 전 착용이 불가능한 온라인 패션 시장의 한계를 맞춤형 서비스로 뛰어넘으며 오프라인 패션 산업을 추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신발 사이즈 추천 스타트업 펄핏이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측정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약 4만 개에 달하는 신발 모델의 사이즈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가 앱을 다운로드받은 뒤 스마트폰 카메라로 양발을 촬영하면 발 길이, 발 볼, 발등 높이를 분석한다. 이를 보유한 신발 데이터와 비교해 정확한 사이즈를 추천해준다. 펄핏은 나이키 뉴발란스 등 13개 브랜드 신발을 이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고, 신발 브랜드의 자체 온라인몰에도 사이즈 측정 솔루션을 제공한다.
소비자 만족도는 매우 높아졌다. 펄핏 신발의 반품률은 기존 온라인몰보다 70% 이상 낮은 2% 수준이다. 펄핏 관계자는 “구매전환율도 기존 온라인 신발 플랫폼의 5.7배, 석 달 이내 재구매율도 4.7배 높다”며 “접속자들이 믿고 구매하고, 만족한 소비자들이 재구매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밀착된 착용감이 중요한 아기띠 제품에도 이 같은 비대면 커스터마이징이 확산되고 있다. 육아 관련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체격 편차가 큰 현지 소비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IT를 적용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80만 명에 달하는 구매 고객의 키, 몸무게, 출산 여부, 가슴 크기 등을 데이터화한 뒤 신규 소비자가 자신의 사이즈를 입력하면 이를 비교해 딱 맞는 제품 사이즈를 추천해준다. 지난해 이 회사는 전년보다 67% 증가한 23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현행법상 비대면 판매를 할 수 없는 안경에도 IT 열풍이 진행 중이다. 안경 스타트업 콥틱(브랜드명 브리즘)은 오프라인 매장에 정밀 3차원(3D) 스캐너를 설치하고 얼굴 모양과 사이즈, 미간 거리, 코 높이, 귀 모양을 측정해 얼굴 크기에 딱 맞는 안경을 추천해준다.
그러나 비대면 패션 시장에서 IT를 이용한 ‘사이즈 커스터마이징’이 확산될수록 소비자 구매 패턴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패션 시장의 온라인 비중은 약 25% 수준으로, 국내 전체 분야의 온라인 침투율 40%보다 낮은 편이다. 사이즈 맞춤형 서비스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데이터 기반 분석·추천기능을 갖춘 온라인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유인을 줄이고 있다”며 “비대면 퍼스널 서비스 확산이 온라인 패션을 완성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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