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지동 본화랑에서 박선미 개인전 ‘Me, Myself, and The Bird 2022’가 열리고 있다. 박 작가의 목판화와 2016년 이후 그린 유화, 콜라주 회화 등 50여 점을 걸었다.
박 작가는 앵무새 그림을 통해 책과 음악 등에 담긴 인문학적 사유와 깨달음을 표현한다. 예컨대 9번째 지능은 하워드 가드너가 주창한 다중지능이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가드너는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아홉 종류의 지능으로 구분했는데, 이를 각각 여러 색으로 표현한 게 이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화면 중심에 있는 앵무새는 존재의 이유 등 철학적이고 실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실존적 지능’을 상징한다.
‘합창’ 연작은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그린 작품이다. ‘네메시스 2021’은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에 담긴 관용과 공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인문학적 주제와 팝아트적인 표현, 화려한 색상과 거친 질감의 선 등 어울리지 않을 듯한 요소들이 작품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건 작가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그는 홍익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KBS 라디오 작가 등으로 일하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목판화를 새기기 시작했다. 미대 출신이 아니지만 국립현대미술관과 일본 후쿠오카 시립미술관 단체전 등 다양한 곳에 작품을 걸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후 2008년 미국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 등에서 아크릴 그림과 팝아트를 공부했고, 2012년부터 유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개인전을 열고 초대전, 화랑미술제 등 아트페어에도 활발히 참여하며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1월 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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