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예측한 인물’로 유명한 캄란 칸 블루닷 최고경영자(CEO·사진)의 경고다. 칸 CEO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로 전염병의 발병과 확산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면서도 “AI가 전염병 발병 자체를 막을 순 없기 때문에 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칸은 16일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여는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에서 ‘기후위기와 감염병에 대한 인류 대처방안’을 주제로 발표한다.
블루닷은 2013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의료AI업체다. 이 기업은 2019년 12월 31일 주요국 보건당국과 고객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으며 중국 우한 방문을 피해야 한다”는 공지를 전파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경고(2020년 1월 9일)보다 9일 빨리 전염병 위험을 인지한 것이다. 블루닷은 최초 공지 때 태국 방콕, 서울, 일본 도쿄 등을 전파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지목했는데, 이 예언도 들어맞았다.
칸 CEO는 “AI와 빅데이터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루닷은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 AI 기술을 활용해 65개 언어로 된 언론 보도와 동·식물 질병 보고서, 항공기 발권 정보 등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한다”며 “이를 고도화된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면 감염병 발병과 확산 경로 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익명화된 휴대폰 위치 데이터와 기후, 여행 데이터 등까지 분석 대상을 넓혀 감염병 예측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칸 CEO는 “의료 분야에서 AI는 감염병 예측은 물론 질병 진단 정확도 향상, 신약 개발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며 “AI가 이끄는 의료서비스 혁신이 갈수록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가 만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I가 감염병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칸 CEO는 “코로나19 같은 강력한 전염병의 발생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며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야생동물 생태계 파괴와 무분별한 동물 거래, 기후 변화 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종 전염병의 75%가 동물개체군에서 발생한다”며 “동물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고 야생동물을 마구잡이로 먹는 음식 문화를 개선하는 데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칸 CEO는 “글로벌 불평등이 클수록 전염병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국제 공조도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더믹에 대해선 “내년 말께엔 코로나19 감염이 지금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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