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홍콩 다음은 마카오?

입력 2021-12-15 17:21   수정 2021-12-16 00:24

‘카지노 천국’인 마카오의 면적은 30㎢에 불과하다. 서울 은평구 넓이와 비슷하고, 울릉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구 65만 명의 이 작은 도시에 4만2000여 개의 호텔 객실이 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도 30개 있다. 카지노 매출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6배에 달한다. 카지노와 연계된 관광산업이 마카오 세수의 80%를 차지한다.

이곳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25개 있다. 16세기부터 이어져 온 포르투갈과의 교류 덕분이다. 포르투갈 상인들이 명나라 황제에게 뇌물을 바치고 이곳에 무역 교두보를 확보한 게 1553년이었으니, 동서 교역의 역사가 거의 500년에 가깝다. 오랫동안 포르투갈령이었다가 1999년 중국에 반환된 뒤로도 포르투갈어와 광둥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있다.

카지노가 합법화된 것은 1964년이었다. 이후 마카오의 카지노산업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2006년에는 라스베이거스를 따라잡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매출만 360억달러(약 42조7000억원)로, 하루에 1억달러(약 1185억원)꼴이었다. 1인당 소득도 5만8000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2년 새 경기가 차갑게 식었다. 코로나 탓도 있지만 중국의 강력한 개입이 더 큰 원인이다. 중국은 마카오 반환 당시 홍콩처럼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적용해 “50년 동안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카지노 기업들의 이사회에 현지 정부 대표를 참가하게 하고 배당금 지급도 승인을 받도록 했다.

2주일 전엔 ‘카지노 거물’인 선시티그룹 창업자 앨빈 차우를 체포했다. 이제는 자치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마카오에 안보와 치안 관련 직책을 신설하고 책임자를 중국 정부가 직접 임명하기로 했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파동을 초래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마카오까지 덮친 것이다.

마카오와 홍콩은 뱃길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둘 다 광둥어를 쓰고 글자도 본토의 간체자가 아니라 번체자를 쓴다. 중국은 이들 지역의 언어까지 표준어(푸퉁화)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마카오 카지노 업체들의 영업허가권(20년 기한)은 내년 6월 만료된다. 중국 정부 승인이 없으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50년 자치권’도 불과 20여 년 만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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