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사기 위해 달려가는 것)을 벌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모습을 외신이 집중 조명했다. 샤넬 제품의 희소성, 한국의 활발한 리셀(재판매) 문화, 부동산값 폭등 등을 샤넬 제품을 찾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지난해부터 한국에선 매장 문을 열자마자 9500달러(1100만원)짜리 핸드백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백화점 앞에 이른 시간부터 줄 서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풍경이 담긴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샤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이유에 대해 샤넬 제품의 희소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샤넬 매장 앞에서 입장을 대기하던 방문객 인터뷰를 통해 "샤넬 제품은 돈이 있다고 해서 원하는 모델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갈망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희소성 때문에 샤넬 제품이 리셀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명품 리셀 시장은 7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샤넬의 인기 제품은 되팔면 상당한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받아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중고거래 플랫폼 역시 적극적으로 명품 리셀족을 공략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달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브랜드 호텔인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건물 1층에 매장을 내고 100여 개의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픈런' 현상이 자주 벌어지는 샤넬과 롤렉스 제품이 주력 브랜드다. 샤넬의 경우 가방 70여종과 의류 26종을 판매한다. 샤넬의 대표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가 출시한 '보이백',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들어 유명해진 '19백' 등도 포함됐다.
샤넬 리셀이 활발해지며 전문 업자들이 성행하자 샤넬코리아는 지난 10월부터 일부 인기 제품의 구매 수량을 연간 1인 1개로 제한했다. 그간 샤넬은 대표적 인기 상품인 클래식 라인 가방에 대해 1년에 한 개씩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해 왔는데, 이번 조치로 타임리스 클래식 플랩백 및 코코핸들 핸드백도 연간 1인 1점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주택가격이 폭등해 2030세대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상실감에 빠진 것도 명품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풀이했다. 매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6억7000만원이던 서울의 한 아파트 평균가격이 올 11월엔 12억40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는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인의 샤넬 사랑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샤넬코리아의 영업이익은 약 1491억원으로 전년(1109억원) 대비 34.4% 증가했다. 같은 해 샤넬의 글로벌 전체 매출 약 11조5000억원 가운데 약 8%인 9296억원을 한국에서 번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운영 중인 샤넬 매장이 9개에 부과한 점을 미뤄볼 때 어마어마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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