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해 "대중적 호감이 있는 분"이라며 평가해 첫 등장에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닷새 만에 김 씨 경력 위조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YTN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에 낸 교수 초빙 지원서에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적었지만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04년 6월에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특정 협회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자신의 경력이 사실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사자는 김건희 씨를 전혀 모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김 씨는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적었지만, 김 씨의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으로 응모된 출품작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가짜 수상 경력과 관련해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라며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인정했다. "믿거나 말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저는 공무원, 공인도 아니고 당시에는 윤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고 억울해했다.
이런 가운데 더팩트는 카메라를 보고 줄행랑치는 김 씨의 모습을 포착해 영상을 공개했다. 김 씨의 옆에서 수행하던 한 남성은 김 씨의 목덜미를 잡고 방으로 밀어 넣느라 분주한 모습이었고 김 씨는 옷으로 얼굴을 가리는 데 급급했다. 마치 범죄 현장 급습을 방불케 하는 모습에 비판이 쏟아졌다.
한 정치평론가는 "대선 후보 부인의 목덜미를 저렇게 잡고 데려간 수행원이 자질이 없다"고 힐난했다.
이 대표가 앞서 "김 씨는 상대 당에서 만들려는 이미지보다 훨씬 더 대중적으로 호감도가 있을 수 있는 인물이다"며 "아마 당연히 후보 배우자가 어느 시점에는 대외 활동을 했을 때, 결코 민주당이 말하는 것처럼 리스크라는 이름으로 불릴만한 분은 아니다"라고 말한 게 무색해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는 현직 이해식 의원이 배우자실장을 맡아 관리하는 것과 대비됐다.
김혜경 씨는 두문불출하는 김건희 씨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이 후보 홍보 내조에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윤 후보의 부인 김 씨에 대한 검증 공세가 여권 안팎에서 재개되면서 김건희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사과가 아닌 변명으로 일관한 인터뷰 또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 후보도 "억울함을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야권 안팎에선 우여곡절 끝에 내홍을 수습하고 선대위를 출범한 상황에서 '김건희 리스크'가 불거져 윤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허위 재직증명서는) 자기소개서와는 성격이 다른 문제다. 임용에 필수적인 서류이기 때문이다"라며 "이는 윤리를 넘어 법적인 문제가 되는 사안이므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어느 경우든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라며 "조국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이라고 적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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