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유전학자 "과학자들, 수능 오류에 목소리 내야"

입력 2021-12-15 10:24   수정 2021-12-15 10:3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소송 1심 선고를 앞두고 ‘초파리 유전학자’로 잘 알려진 김우재 하얼빈공업대 생명과학센터 교수가 국내 학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능 생명과학II에 등장한 하디-바인베르크 법칙 때문에 나라가 난리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해당 문제에 자문을 구했다는 한국과학교육학회의 선임직 이사는 평가원의 본부장이라고 한다”고 썼다.

그는 “미국 집단유전학의 전문가까지 나서 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마당에, 이 학회가 문제에 오류가 없다고 자문해준 이유가 조금은 납득이 간다”며 “국내의 진화생물학 관련 학회와 대중적으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들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가운데, 대중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서울대 의대 김종일 교수가 이 문제에 대해 뜻깊은 발언을 했다”며 김종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의 의견을 일부 공유했다.

김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국내 학자들을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과학대중화의 전도사로 잘 알려진 유명 과학자들이 왜 입을 다물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가 됐다”며 “우리가 왜 과학대중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과학자를 더 길러내야 하는지도, 과학관이나 박물관이 아니라 연구소를 하나라도 더 지어야 하는지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화려함에 현혹되지 마시라”며 “그들은 훌륭한 엔터테이너이지만, 훌륭한 학자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문적 성과 때문이 아니다”며 “자신의 학문이 사회에서 문제가 되었을 때 숨는 사람들은, 학자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이 수능 생명과학II 문항 이의신청을 처리하면서 평가원 간부가 소속된 한국과학교육학회를 ‘자문학회’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한국과학교육학회는 평가원이 생물과학 문제 오류를 자문 받은 3곳의 학회 중 하나다. 학회는 평가원 자문 요청에 A4 1장의 의견서를 보내면서 “이 문항의 기존 정답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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