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게티로 쌓은 노하우, 거리서 시험 받는다…농심의 야심작

입력 2021-12-15 14:25   수정 2021-12-15 14:28


농심이 비건(완전한 채식주의자) 레스토랑을 열며 대체육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효자상품 '짜파게티'에 들어간 콩고기부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내년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자사 대체육 브랜드의 이름을 딴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열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인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을 가정간편식(HMR)에 접목한 브랜드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한 베지가든을 레스토랑 사업으로 연결시켜 전문 셰프와 함께 개발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레스토랑에서는 애피타이저와 플래터, 버거, 스테이크, 파스타, 사이드메뉴, 디저트 등 총 20여 종의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치즈 퐁듀 플래터', '리가토니 라구', '가지 라자냐', '멕시칸 타코 랩', '더블치즈 아보카도 버거' 등 5종이다.

베지가든 레스토랑은 원재료부터 요리까지 모두 농심이 직접 맡아 다양한 비건 메뉴를 제대로 선보인다는 포부다. 베지가든 대체육은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은 물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그대로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라고 농심은 소개했다.

농심이 "베지가든은 대체육과 조리냉동식품,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치즈 등 국내 비건 브랜드 중 가장 폭넓은 제품군을 자랑한다"며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하는 비건 레스토랑 운영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비건 레스토랑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친환경·가치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비건 푸드는 육류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채식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올해 25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때때로 채식을 하는 간헐적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도 증가하며 올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35% 증가한 15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건 식품 산업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5년 4조2400억원에서 올해 6조1900억원으로 커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농심뿐 아니라 다양한 식품 기업이 대체육 사업에 나선 상태다. 대표적으로 국내 두부 시장 1위 사업자인 풀무원식품이 일가견이 있는 콩을 활용해 '한국식 대체육'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의 일환으로 식물성 대체육을 함유한 HMR 제품 '식물성 직화불고기 덮밥소스'를 선보였다.

신세계그룹 계열 신세계푸드의 경우 2016년부터 대체육 연구개발을 진행한 끝에 올해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선보였다. 롯데그룹의 롯데푸드도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를 운영하고 있다. 급식사업을 하는 아워홈도 채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건스테이크 세트, 머쉬룸베지버거 등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구내식당용 메뉴를 선보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비윤리적 사육과 도축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는 등 육류 소비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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