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휩쓴 '고3 열풍'…與野 표심잡기 '활활'

입력 2021-12-18 07:00  


정치권에 '고3 열풍'이 불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2003년생 고등학생들의 영입이 이어지면서 약 55만명에 달하는 '만 18세' 유권자들의 표심잡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직속 기구인 국가인재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명의 '국민추천 국가인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 인재는 유일한 '고등학생' 정예람 군이었다.

이 후보는 정 군에게 관심을 보이며 "우리나라는 정치 참여를 매우 늦은 시기에 시작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유럽 사회에서는 30대 장관도 나오고, 40대 대통령도 나오는데, 우리는 40살이 되기 전에 자격조차 안 주고 있다는 건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정치 현실에 대해 배우고 토론할 기회가 거의 봉쇄되다시피 하므로 청소년의 정치 진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예람 학생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일정한 역할을 해온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 군은 내년 대학 입학을 앞둔 고교 3학년 학생이다. 인천시의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참여예산추진단 등에서 청소년의 복지·권리 등을 위해 활동했다. 그는 "이 후보의 추진력이 청년에게는 기회, 국민에게는 희망을 주는 일에 쓰인다면 더불어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민주당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백혜련 민주당 국가인재위원회 총괄단장은 한경닷컴에 "정예람 학생이 자신을 스스로 국가인재로 추천했고, 내부 검증을 거쳐 선발했다"며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는 것은 당연히 독려 되어야 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광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도 고교 3학년인 남진희 양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앉혔다. 고교 3학년 학생이 여당의 대선 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 양은 광주여고 학생회장으로 청소년 노동 인권, 기후위기 등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후보 선대위 출범식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김민규 군에게 기조연설을 맡겼다. 당시 김 군은 '불협화음'이라는 곡을 오마주하면서 "사람들이 정말 열광하는 지점은 똑같은 것들 사이에 튀는 무언가다. 국민께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선이라는 이번 항해 여정에서 우리 콘셉트는 불협화음이어야 한다. 국민의힘의 발자취는 항상 불협화음이었다"라고 연설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인 '나는 국대다 시즌1'에 참가해 눈도장을 찍었다. 화제를 모은 이번 연설문도 직접 오랜 시간에 걸쳐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제가 다음에 연설하려니 조금 부끄럽더라"며 "청년을 국정동반자로 선언하기를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김 군의 연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연설 하나로 2030 마음을 담을 수 있다고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당내에서 긍정적이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정강·정책 연설자도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이어지면 2030 청년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당의 고교 3학년 인재 영입러쉬를 두고 약 55만명에 달하는 '만 18세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선거에서 20대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지는 흐름"이라며 "만 18세 유권자의 표심도 이와 마찬가지로 함께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위 '꼰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린 친구들을 당으로 영입한 건 미래를 지향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함"이라며 "고교 3학년 학생을 영입했다고 해서 비슷한 나이대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를 찍는 건 아니다. 단순한 이미지 개선의 차원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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