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IPO 규모 英·日 제쳤다...내년엔 유니콘 대거 코스피 입성"

입력 2021-12-24 08:26   수정 2022-01-24 17:49

이 기사는 12월 24일 08: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 규모는 세계거래소연맹(WFE) 소속 거래소 90여곳 중 7위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 나스닥, 중국 상하이, 홍콩, 프랑스 유로넥스트, 중국 심천 다음이다. 영국, 독일, 일본, 호주 등 선진국을 모두 제쳤다.

신병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부서장(사진)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거래소 중 우리나라가 최대 기업공개(IPO) 성과를 달성한 것"이라며 "IPO 시장이 양적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 부서장은 올해 IPO가 활발했던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증시가 호황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주식 시장이 좋다보니 성장성이 큰 대형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두 번째는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늘면서 수요 기반이 확대됐다는 데 있다. 올해부터 공모주 균등배정제가 도입된 이후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급증했고 거래도 활성화됐다. 신 부서장은 "올해 IPO 대어들이 쏟아지다보니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공모 물량이 증시에서 무리없이 소화되고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한 것은 유통시장과 발행시장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동반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거래소의 시장친화적인 상장 정책도 IPO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신 부서장은 "올 초 거래소가 예비상장기업들의 상장 요건을 개정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유니콘 기업들이 증시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혔다"며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은 적자를 내고 있더라도 경쟁력이 있다면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와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가 대표적이다. 컬리는 미국 상장을 타진했으나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유니콘 기업을 유치하자 국내로 방향을 바꿨다. 내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쏘카도 비슷한 시기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매년 매출은 늘고 있지만 누적 적자가 커지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신 부서장은 "올해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들이 상장했지만 사실상 진짜 유니콘다운 기업들이 내년에 등장하는 것"이라며 "컬리와 쏘카와 같은 유망한 유니콘 기업이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유가증권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외에도 내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등 대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올해 상장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현대중공업 등에 이어 내년에도 그룹사들이 사업회사를 분할해 상장하는 이중 상장 사례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 부서장은 이중 상장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전세계 어디에서도 중복 상장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거래소는 없다"며 "IPO는 자금 조달 기능 뿐만 아니라 회수 기능과 구조 조정 기능을 지원하는 역할을 병행해야하기 때문에 이중 상장과 분할 재상장을 할 수 없도록 거래소가 규제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모회사와 독립적인 사업 활동이 불가능해 상장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기업은 상장 심사에서 거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부서장은 "올해 말 IPO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여러 곳 나왔는데 우량한 대기업들이 증시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자금이 필요한 중소벤처기업과 유니콘들은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상장을 강행하려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쓱닷컴, 카카오엔터, 원스토어, CJ올리브영 등 성장기업의 상장이 이어지면서 IPO 시장은 올해 기록을 또다시 갱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앞으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부문을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앞으로 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할 때 ESG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예정이어서다. 그는 "기업들이 상장 이후 ESG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있는데 상장 준비 과정에서부터 ESG 체력을 점검해보자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내년 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시장의 의견 수렴을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ESG 심사 기준에 미달되면 예비심사에서 떨어지고 상장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상장사들도 ESG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부서장은 "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하는 목적이 투자자를 보호이지 기업의 결격 사유를 찾아내 상장을 막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며 "앞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증시에 상장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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