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등장하는 학자 중 무역을 강조한 인물이 바로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스미스와 리카도의 가르침을 가장 잘 따른 국가 중 하나일 겁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무역 이야기’를 해봅시다.
애덤 스미스(1723~1790)는 저서 《국부론》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했습니다. 스미스는 “외국이 어떤 것을 우리보다 더 싸게 만든다면, 우리는 우리가 더 싸게 만드는 것과 그것을 교환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무역, 즉 상업의 원리를 한마디로 정리한 것인데, 당대엔 이게 일반적인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 각국 정부는 수출은 많을수록, 수입은 적을수록 좋다는 중상주의에 몰입해 있었습니다. 많은 나라들은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렸습니다. 그러나 스미스는 보복 관세는 또 다른 보복 관세를 부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전혀 유익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관세 장벽을 높이지 말고 자유롭게 무역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는 자유무역론을 주창한 거죠. 우리나라가 지구촌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많이 맺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애덤 스미스의 주장을 보다 정확하게 이론화한 사람이 바로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입니다. 자유무역의 화신으로 불리는 학자입니다. 그는 ‘비교 우위론’으로 자유무역의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A나라가 B나라보다 휴대폰과 라디오를 모두 더 잘 만들더라도 A국은 휴대폰을, B나라는 라디오를 특화해 만들면 A, B 두 나라 모두가 이익을 본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이것은 변호사가 직원보다 변론과 PPT 만들기를 더 잘하더라도 변호사는 변론에, 직원은 PPT 제작에 특화하면 개인과 사회에 더 유익하다는 겁니다. 이해되시죠?
조선 실학자 박제가는 나라를 개방해 청나라 등과 무역을 해야 조선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제가 말대로 조선이 무역을 해서 세계 정세를 알았다면 일본에 먹히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무역은 물질적 풍요만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고 가르쳐준 경제학자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회에 온화한 정신이 깃들게 한다는 거죠.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가난은 한국인의 심성과 사회 분위기를 거칠게 만들었습니다. 폭력, 절도, 무질서, 불친절, 불결, 불신이 넘쳐났었습니다. 1960년대를 거쳐 무역이 늘면서 이런 기질들은 점점 순치됐습니다. 폭력, 절도, 무질서, 불친절의 자리에 친절, 준법, 신뢰, 약속 지키기 같은 심성이 자랐습니다. ‘무역 1조달러’ 국가의 변화상은 휘황찬란한 불빛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에도 나타난 겁니다. 이것을 ‘문명화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데이비드 흄(1711~1776)은 “시장 경제로 인해 나쁜 인간도 착하게 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물건을 팔려면 억지 미소라도 짓고 친절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런 태도가 결국 심성을 변화시킨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시장 경제 아래에서 국제 무역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친절, 배려, 신뢰를 배웠다는 겁니다.
18세기 경제학자인 사무엘 리카르(1637~1717)는 “사람들은 상업을 통해 심사숙고, 정직, 예절, 언행의 신중함과 조심을 배운다. 지혜롭고 정직해야 성공한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에 악행을 피한다. 최소한 현재와 미래의 지인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점잖고 신중하게 행동한다”고 말했어요. 그의 ‘온화한 상업론(gentle commerce)’의 대표 사례가 바로 한국입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상업은 폭력적 열정을 반대하고, 타협을 좋아하고, 분노를 참아내는 인내심을 키우고, 행동과 사고의 유연함을 촉진시킨다”고 했어요. 교환과 거래, 상업과 무역이 가져다준 진짜 혜택은 이것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토드 부크홀츠가 쓴 《러쉬!》를 읽은 뒤 독후감을 써서 생글생글 편집자에게 보내 생글에 실어보자.
3. “상업 정신은 심사숙고, 정직, 예절 언행의 신중함과 조심을 가르친다”는 의미를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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