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난청은 '유전'…DNA 치료 가능성 보여 [최지원의 사이언스톡(talk)]

입력 2021-12-17 13:54   수정 2021-12-20 08:56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되거나 노화로 인해 청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15세 미만에 발병하는 소아 난청의 경우 유전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 연구진은 소아 난청을 유발하는 'STRC' 유전자 변이를 DNA 치료제로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 이달 15일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정상 STRC 유전자를 세포에까지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절반은 미묘한 소리를 더 민감하게 인식했고,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잘 구별해냈다. 그중 일부는 청력이 정상 수준까지 회복됐다.


STRC 유전자는 귀 안의 유모세포(hair cell)와 연관이 있다. 유모세포는 달팽이관에 있는 감각세포로, 머리카락같이 긴 섬모가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섬모가 움직이는 각도나 방향 등에 따라 뇌가 소리의 크기 등을 인식하기 때문에, 섬모가 곧게 쭉 뻗어있어야 정확한 소리 인식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STRC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섬모가 곧게 서 있도록 지지대 역할을 하는 ‘스테레오실린’ 단백질에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현미경으로 달팽이관 내부를 관찰한 결과 STRC 유전자를 제거한 쥐의 경우 섬모가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유모세포에 STRC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를 이용했다. 문제는 STRC 유전자가 너무 커서 한 번에 전달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제프리 홀트 보스턴어린이병원 교수는 “STRC 유전자는 약 6200개의 DNA 염기쌍으로 이뤄져 있지만, AAV로 이동 가능한 DNA 크기는 4700개에 불과하다”고 했다.

홀트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를 반으로 쪼갠 뒤, 각각을 서로 다른 AAV에 실어 보냈다. 세포 안에서 ‘반쪽짜리’ 유전자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면, 그때 하나로 합친다는 아이디어다. 홀트 교수는 “단백질에는 세포 안에서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주소’를 가지고 있다”며 “반으로 쪼갠 유전자에 같은 주소를 달아줘 세포에서 만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40마리의 쥐에게 정상 STRC 유전자를 주입했다. 그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20마리에서 스테레오실린 단백질이 발현됐다. 연구진이 이들을 대상으로 난청 검사를 진행했고, 스테레오실린이 발현된 쥐는 모두 청력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이 중 5마리는 정상 수준까지 청력을 회복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난청 치료에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TRC 유전자 변이는 유전적 난청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약 230만명의 환자가 있다.

STRC 유전자 변이는 국내에서도 소아 난청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족력이 없는 국내 소아 난청 환자에서 발견된 유전자 변이의 절반 이상은 STRC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홀트 교수는 “STRC 유전자 변이는 난청에서는 흔하게 발견된다”며 “청력을 되살리는 치료법이 부재한 만큼, 유전자 치료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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