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몰이를 할 멤버가 필요하거든요."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의 무대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TMI(Too Much Information) 편집이라 지적받았던 '방과후 설렘'이 정작 보여줘야 할 탈락 이유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엉뚱한 사람이 마녀사냥을 당하게 됐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방과후 설렘'에서는 2학년 중간 평가를 통해 탈락자가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이자 2학년 담임 선생님인 소녀시대 유리(권유리)가 함께하는 선생님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듯 "이건 절대 안돼"라고 말하고, 그의 의견대로 탈락자와 합격자를 독단적으로 선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17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방과후 설렘' 2학년 탈락 비하인드 영상에서는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리는 이승은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을 뿐 아니라, 탈락을 호명한 후 미안함에 눈물까지 보였다. 이지원의 합격을 강력하게 주장한 건 유리가 아니라 보컬 트레이너 영지였다.
지난 방송에서 유리는 중간 평가 탈락자로 이승은을 지목했다. 이승은은 이지원과 탈락을 놓고 마지막까지 경합을 펼쳤지만, 유리와 보컬, 댄스 트레이너들이 함께 회의를 거쳐 이지원이 지목된 것.
특히 이승은은 트레이너들도 "보컬을 잘한다"고 평가받았던 인물. 그에 비해 이지원은 춤과 보컬이 모두 약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날 중간 평가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고 춤만 추기도 했다.
이승은의 이름이 언급되자 함께 연습하던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건 말도 안되잖아"라고 말했다.
이후 공개된 심사 영상에서 유리는 "'팬몰이'를 할 수 있는 상이라는 게 있다"면서 탈락자를 이승은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졌고, 일부 참가자들이 "오늘 평가에서 눈에 더 띈 건 승은이었다", "승은이가 완벽했는데, 둘 중에 탈락자를 고민했다는 것도 조금 그렇다"는 인터뷰 발언을 덧붙여 유리가 편파적인 심사를 한 것처럼 몰아갔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유리가 말한 "팬몰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대중 투표도 아닌 심사위원들이 '팬몰이'를 판단하냐"고 비아냥거리는 반응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유튜브 채널에 방송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유리는 이승은에 대해 "승은이는 무리에 있을 땐 눈에 안띄는데 근성이 있다"며 "귀여운 이미지에 실력이 있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 같다"고 호평했다.
유리의 말에 반박한 건 영지였다. 영지는 "그건 우리의 눈이고 대중의 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지원에 대해 "솔직히 노래 실력은 하(下)지만 잘 만들어볼 수 있을 거 같다"며 "담임선생님이 저희한테 보내주시면, 우린 교과목 선생님이니까 잘 해보겠다"고 욕심을 냈다.
뿐만 아니라 "오늘 (이지원의) 간절한 눈빛을 봤냐"면서 "이게 저에게만 보냈다고 착각하게 되는데, 공연장에서 '저 사람이 나랑 눈마주친거야' 이거다. 이건 교육으로는 안되는 스타성"이라고 덧붙였다.
결정을 마친 후 유리는 "10명으로 팀을 꾸려야 하는데, 그 팀 안에서 각자의 매력이 눈에 띄는지, 그 팀에서 각 포지셔닝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했다"면서 합격자를 최종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승은의 이름을 부른 후 눈물을 보이는 제자를 안아주는가 하면 "승은이가 잘 하는 거 잘 알고 있다"며 "프로그램 방향과 타이밍이 안맞았을 뿐 승은이는 너무 잘한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눈물까지 글썽인 유리의 진심어린 메시지에 이승은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방과후 설렘'은 앞서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의 무대를 그대로 공개하며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기계 오류로 탈락자를 2번이나 떨어뜨린 잔인한 모습을 방송으로 공개했다. 이를 두고 "프로그램의 주목을 끌기 위해 참가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2학년 중간 평가 탈락자 발표에서는 정작 따뜻하게 참가자들을 위로하고, 애정을 갖고 심사하는 모습은 편집하면서 유리까지 악마의 편집 희생자로 내몰았다. '팬몰이상'이라며 기준 없는 심사를 한 것처럼 편집을 하면서 논란의 대상으로 만든 것.
'방과후 설렘'은 '등교전 망설임'이란느 프리퀄 프로그램까지 제작하며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연습생들의 멘탈을 관리해, 경쟁에 지친 연습생들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인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최고 시청률이 첫 방송 시청률 1.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인 만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들 뿐 아니라 심사위원까지 악마의 편집을 하는 제작진이 논란을 반복하는 상황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낀다는 지적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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