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203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발탁인사를 단행했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두 번째 연말 인사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교체한 데 이어 올해는 임원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분야 수장도 알버트 비어만 사장에서 박정국 사장으로 교체됐다.
새 임원의 3분의 1이 40대일 정도로 젊은 인재가 대거 발탁됐다. 신규 임원 승진자 중 37%가 R&D 부문 인사다. 그룹 관계자는 “신규 임원 수를 예년보다 대폭 늘려 차세대 리더 후보군을 육성하고 변화와 혁신을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부사장 승진자도 대부분 연구개발 및 미래사업 분야에서 나왔다. 현대차의 추교웅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전자개발실장, 김흥수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이상엽 디자인센터장, 임태원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또 진은숙 전 NHN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해 ICT혁신본부장(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진 부사장은 데이터와 클라우드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NHN에서 기술 분야를 총괄하면서 자회사(NHN소프트 및 NHN에듀) 대표도 맡았다. 장웅준 자율주행사업부장과 김정희 AIRS컴퍼니장은 각각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해외 사업 및 노무 분야에서도 부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김선섭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을 맡는다. 오익균 러시아권역본부장과 정상빈 정책개발실장도 부사장이 됐다. 현대차는 또 제네시스 최고브랜드책임자(CBO)로 그레이엄 러셀 상무를 영입 임명했다. 러셀 상무는 벤틀리와 맥캘란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한 마케팅 전문가다. 이날 사장 및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사장도 자리를 떠난다. 대신 이들은 담당분야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기로 했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도 다수 퇴직했다. 계열사별로 약 25%의 임원이 짐을 싼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전체의 임원 수도 줄었다고 알려졌다.
비어만 사장의 후임 연구개발본부장에는 박정국 사장이 임명됐다. 박 사장은 현대케피코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을 거쳐 올해 초부터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사실상 본부를 이끌어왔다. 지난달엔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개발 최고 사령탑에 오르기도 했다.
차량 전자제어시스템을 생산하는 계열사인 현대케피코 대표이사에는 유영종 기아 품질본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서문석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사업기획1실장(전무)은 단종차량 부품을 생산하는 계열사인 현대파텍스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윤 부회장이 맡았던 정책개발담당은 정상빈 부사장이, 하언태 사장이 맡았던 국내생산담당은 이동석 생산지원담당(부사장)이 이어받는다. 이원희 사장이 담당했던 완성차 생산 및 품질 총괄 업무는 정준철 부사장(제조)과 박홍재 부사장(전략 및 상품)이 나눠 맡는다.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HMGC 총경리에는 이혁준 전무가 임명됐다. 울산공장 생산담당을 맡았던 최준혁 현대차 부사장은 전주공장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일부 조직 변경도 이뤄졌다. 그룹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기획조정실의 업무 분야도 바뀌었다. 계열사의 양적 성과를 관리하는 역할을 줄이고 미래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기획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그룹 전체의 재무 업무를 맡고 있는 사업전략실은 지속경영기획실로 이름이 바뀐다.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맡는 CMO실이 지속경영기획실 산하에 새로 만들어진다. 사업기획1실은 미래성장기획실로 재편된다. 그룹 전체의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조실 내 별도 조직으로 있던 수소에너지전략팀도 미래성장기획실 소속으로 편입된다. 김흥수 부사장이 미래성장기획실장을 맡는다. 사업기획2실은 사업기획실로 명칭이 바뀐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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