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할리우드 유명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팝스타 케이티 페리….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기업가나 유명 스타들이 앞다투어 투자한 곳이 어디일까. 바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대체육 시장이다. 전 세계 채식 인구가 2억3400만명(2017년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면서 채식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돈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국내 식품·유통업계들도 ‘비건족’을 겨냥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비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기업들이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추세다.
18일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2008년 15만명이던 국내 채식인구는 올해 250만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채식 식당 수와 쇼핑몰 판매량,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 등을 감안해 현재 전체 인구 중 4~5%를 채식 인구로 추산한 결과이고 향후 식문화 변화에 따라 비율은 더 늘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대체 단백질 식품 트렌드와 시사점’도 보면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유튜브나 브이로그 등 온라인 콘텐츠에서는 채식 요리법 소개 등의 콘텐츠가 속속 제작되고 있다. MZ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도 발빠르게 채식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가수 전효성이 비건 조미료, 채소 등을 이용해 조리하는 등 비건 요리에 대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10만건을 상회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가수 이효리나 배우 임수정·이하늬, 아이돌 트와이스 쯔위 등이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연예인들이다.
이처럼 채식 트렌드가 국내 식품업계에 뜨거운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기업들도 비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농심은 내년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아예 비건 전문 음식점인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열 예정이다. 베지가든 레스토랑에서는 버거와 스테이크, 파스타 등 20여 개 비건 메뉴를 판매할 예정이다. 애피타이저와 디저트까지 모두 식물성 재료만 사용해 만든다.
베지가든 대체육은 농심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 공법으로 만들어 진짜 고기와 비슷한 맛, 식감은 물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농심 측은 “개인이 운영하는 기존 비건 레스토랑은 식재료 수급 문제로 신메뉴 개발에 한계점이 있었지만 베지가든 레스토랑은 원재료까지 직접 개발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다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3월 식물성 지향 식품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풀무원은 콩 단백질을 원료로 한 ‘식물성 직화불고기 덮밥 소스’를 국내에 출시했다. 지난달 미국 웰빙 레스토랑 체인 ‘와바그릴’ 200개 매장에 식물성 대체육을 입점시키는 등 관련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2016년부터 대체육 연구개발을 해 온 신세계푸드는 올 7월 대체육 브랜드인 ‘베러미트’를 론칭하고 샌드위치용 햄을 선보였다. 이 햄을 넣어 만든 스타벅스의 샌드위치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개를 돌파했다. 신세계푸드는 앞으로 위탁급식 사업장 일부에도 대체육 햄을 활용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건 인구 증가세가 심상치 않으며 MZ세대들이 비건을 가치소비로 인식하며 돈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가 보인다”며 “비건 시장 규모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식품업계에서 눈여겨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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