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 차관은 17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최종문 외교부 2차관과 제6차 SED를 갖고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파트너이자 리더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며 “우린 한국이 세계경제에 기여할 게 훨씬 더 많다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엄청난 가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대중 경제 포위망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외교 당국은 이같은 해석에 선을 긋고 나섰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SED에서 간접적으로라도 중국에 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3시간30분 가량 진행된 SED에서 한·미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방점이 찍혔고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다보니 중국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협의회의 핵심 의제는 공급망 재편으로 미국이 동맹국 중심으로 한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는 게 목표다. 정부는 이날 미국이 지난 6월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100일 보고서’를 통해 검토한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핵심광물·의약 등 4개 분야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4개 분야 모두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항목들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오픈 랜(Open-RAN)’ 기술을 활용한 네트워크가 강조됐다. 오픈 랜은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5세대(5G) 이동통신 제품에 대한 대안으로 육성하는 기술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 견제 차원에서 동맹국 중심의 경제규범 틀을 만드려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네트워크(IPEF)’에 대한 한국의 참여 논의도 상당 부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SED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졌냐는 질문에 “이번에는 다뤄지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미국 측에서 제시하는 IPEF 내용이 무역 원활화, 디지털 무역, 공급망에서의 안정성, 인프라 협력, 탈(脫)탄소 청정에너지 협력, 수출통제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도 그렇고 이번 SED 회의 의제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IPEF 가입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조금 더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들어야 하는 시점”이라 덧붙였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며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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