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론조사의 계절이다. 대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여야 후보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 지지율은 여론조사기관별로 들쑥날쑥하다. 바로 전날 역전했다가 또다시 뒤집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조사에선 격차를 한참 벌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기관별로 다른 △여론조사 방식 △구체적인 질문 내용 △표본 선정 △응답률 등이 조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만 따지기보다 지지율 흐름을 파악할 것을 권했다.
이번 주 초 이뤄진 여론조사는 기관별 편차가 더욱 도드라졌다. 지난 13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 지지율이 45.2%로 이 후보(39.7%)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같은 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선 윤 후보(42%)와 이 후보(40.6%) 지지율 격차가 1.4%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비슷한 시기 시행된 여론조사에 기관별로 편차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조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이번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리 녹음된 기계음으로 진행하는 ARS(자동응답) 조사가 사람이 직접 전화를 통해 물어보는 전화면접 방식보다 윤 후보 지지율이 대체로 높게 나왔다. 최근 1주일간 윤 후보 지지율이 가장 앞선 PNR 조사는 유·무선 ARS 방식이었다. 반면 이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온 한국갤럽(17일), 넥스트리서치(16일) 등 조사는 모두 전화면접이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ARS는 정치 성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진보나 보수층 답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전화면접 조사에선 냉정하게 전화를 끊기가 어렵다보니 상대적으로 중도층 응답자가 많이 포함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ARS 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대체로 높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선 “윤 후보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이 후보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RS 조사가 면접 조사에 비해 더 정확하다는 반론도 있다. 사람보다 기계에 속내를 털어놓는 게 덜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응답률도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응답률이 낮아 할당된 표본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가중치를 높이는 등 통계적 기법이 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급적 같은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추세적으로 비교하라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여론조사업체 몇 개를 정한 뒤 추세를 시계열로 관찰하면 대략적인 민심의 흐름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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