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문제 없다" 한국 비웃던 日, 요소수 가격 10배 뛰었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12-19 12:40   수정 2021-12-20 08:56


주원료인 암모니아 대부분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던 일본에서도 '요소수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 수입 중단과 일본 최대 생산업체의 가동중지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1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요소수 부족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메르카리 등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는 ℓ당 120엔(약 1254원)에 거래되던 요소수가 10배 가까이 비싸게 팔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자재 전문 판매 사이트 '모노타로'도 11월부터 구입수량에 상한을 설정했다. 모노타로 관계자는 "연말 성수기에 요소수 수요가 늘어나 수급에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소수 확보가 상대적으로 쉬운 대형 물류회사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일본 양대 택배회사인 야마토운수와 사가와급편은 "현 단계에서 (요소수 부족의)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중소형 물류회사는 요소수 부족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도쿄 아다치구에서 30대 가량의 물류트럭을 운영하는 이시야마운송은 지난 14일 소속 운전수 전원에게 "(요소수를) 보급할 수 있을 때 가능한 많이 채워둘 것"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화물량이 평소의 2~3배로 늘어나는 연말 성수기 동안 요소수 부족으로 운송이 중단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시야마 겐지 이시야마 운송 전무는 "보급량을 제한하는 주유소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2위 택배회사인 사가와큐빈 관계자도 "국지적으로 요소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앞으로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럭 이외에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버스와 건설기계 등도 요소수 부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요소수난의 안전지대로 분류됐다. 주원료인 암모니아의 80%를 자체 생산하는데다 디젤차의 비율이 적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확보한 암모니아 96만2814t 가운데 77%인 74만3231t을 자체 생산했다. 일본은 우베코산(36만t)과 미쓰이화학(31만t), 쇼와전공(12만t), 닛산화학(12만t) 등 4개 회사는 91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암모니아 수입도 중국에 일절 의존하지 않고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대만 등 3개 나라로부터 연간 확보량의 23%를 수입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판매된 승용차 288만대 가운데 디젤차는 5.8%에 불과했다. 버스와 트럭의 99%는 디젤차지만 요소수를 사용하는 타입은 대부분 2010~2015년 생산된 디젤트럭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요소수난이 심각했던 11월 초만해도 일본 인터넷 전자상거래에서 요소수는 10ℓ(마루야마화성 '애드블루' 브랜드 기준)당 1500엔에 정상 거래됐다. 이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큐텐을 통해 일본에서 직접 구매 방식으로 요소수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런 일본에서 요소수 부족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중국산 요소수 완제품에 의존하던 일부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최대 종합상사 이토추의 에너지 부문 자회사 이토추에넥스의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많은 사업자가 가격이 싼 중국제품을 사용했다"며 "중국제품이 전혀 들어오지 않으면서 업계가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요소 생산 1위 미쓰이화학이 10월부터 정기점검을 위해 일본에 하나밖에 없는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것도 요소수 부족현상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2위 닛산 화학은 11월 이후 신규고객의 주문을 받지 않고 기존 고객도 종전 물량만큼만 주문을 받고 있다.

현재 미쓰이화학 일본 공장은 점기점검을 마치고 가동을 재개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요소수 부족현상이 점차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토추에넥스 관계자는 "중국의 움직임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수급압박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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