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북미, 유럽, 인도 등 기존 9개 글로벌 권역본부를 5개 대권역제로 개편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8년 하반기 전 세계 권역본부 체제를 도입한 지 3년여 만이다. 현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빅3’ 완성차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권역별 자율경영 구축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7일 인사 및 조직 개편에서 대권역제를 도입했다. 북미, 중남미, 유럽, 러시아, 인도, 아중동 등 9개로 나눠진 권역본부를 인근 지역끼리 묶어 5대 권역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때 주도한 권역본부 체제가 성과를 내면서 대권역별 책임경영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현대차는 조직 개편에서 본사 글로벌사업관리본부 아래 있던 미국 트레일러 법인(HT)과 멕시코 트레일러 법인(HYMEX)을 북미권역본부로 옮기고, 중남미권역본부까지 총괄하는 ‘미주대권역’을 설치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북미권역본부에 더 힘을 싣고, 미주 전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 유럽권역본부와 러시아권역본부를 총괄하는 ‘유럽러시아대권역’도 신설, 책임자에 마이클 콜 유럽권역본부장을 임명해 겸직하게 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올 11월까지 각각 4.4%와 4.3%를 기록해 합계 점유율이 연간 첫 8%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설된 ‘인도아중동대권역’은 기존 인도권역본부와 아중동권역본부를 총괄한다. 김언수 부사장이 두 권역본부장을 겸직한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에 400억루피(약 6200억원)를 투자해 2028년까지 전기차 6종을 출시하기로 하는 등 시장 급성장에 맞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2월께 국내사업본부와 아태권역본부를 총괄하는 ‘한국아태대권역’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핵심으로 꼽히는 국내사업본부 인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선 우선 베트남사업담당을 신설해 아태권역본부에 배치했다.
중국 시장 반등이 과제
현대차가 대권역제를 도입한 것은 글로벌 현장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자율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권역별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 체제를 확립하고 본사 부문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각 대권역은 기존 권역본부별 상품 등 현지 전략과 생산, 판매 등을 통합 운영한다. 권역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관건은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중국이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는 우선 대대적인 쇄신 인사가 이뤄졌다. 중국 사업을 총괄하던 이광국 사장(HMGC 총경리)이 고문으로 물러나고, 이혁준 HMGC 전략기획담당 전무가 총경리에 겸직 임명됐다. 현지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에선 기획, 기술, 판매 등 주요 부문 임원이 모두 면직됐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8월 2.7%에서 9월 2.5%로, 10월에는 1.9%로 떨어지며 2% 선마저 무너졌다. 11월에는 1.8%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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