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패딩 한 달 만에 와도 좋다"…리미떼두두의 '슬로패션' 실험

입력 2021-12-19 17:21   수정 2021-12-27 15:48


“한 달 전 주문한 아이 옷이 이제 도착했네요. 그래도 행복해요.”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 김현지 씨(40)는 아동복 브랜드인 ‘리미떼두두’에서 한 달 전에 주문한 아들의 패딩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품을 구매한 지 꽤 됐지만 김씨는 항의는커녕 오히려 “잘 받았다”는 후기를 올렸다. 재고를 남기지 않는 친환경적 소비에 동참했다는 생각에서다.

소비자의 주문을 받은 뒤 제작을 시작하는 ‘슬로패션’이 뜨고 있다. 유니클로, H&M, 쉬인 등 ‘한 계절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달리 품질도 좋고,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 우려도 적다는 점이 소비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랜드 등 패션업체도 재고를 남기지 않는 리미떼두두의 ‘온디맨드(on-demand)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리미떼두두에 따르면 5~10세용 패딩 한 벌 가격은 15만원대다. 아동복으로선 가볍지 않은 가격임에도 현재 모든 옷이 품절 상태다. 입소문의 진원지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데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소위 ‘개념맘’에게 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맘카페에서는 “프리오더(선주문) 기간을 놓치면 살 수 없다”는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2016년 창업한 리미떼두두에 대해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양보다 질을 택하는 슬로패션이라는 화두를 던진 패션 스타트업”이라고 평가했다. 디자인도 독창적이다. 프랑스 스타일의 디자인에 독특한 캐릭터가 특징이다. 리미떼두두는 ‘아이를 위한 소중한 옷’이라는 의미의 프랑스 합성어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의 패션업체도 리미떼두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슬로패션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시키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재고를 쌓아두고 의류를 판매하는 기존 관행과 달리 소비자가 옷을 주문하고 난 뒤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옷을 한 벌 제작하는 데 통상 4주가 걸린다.

시즌별로 소비자로부터 일정 수량의 상품을 미리 주문받아 제작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로선 재고로 인한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 계열의 패션업체 관계자는 “패션 브랜드를 무재고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제조업체로선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단 제품이 다 팔린 이후에는 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것도 판매에 상승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소장 가치가 그만큼 올라가는 셈이어서다.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출산율 저하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특징이 있는 아동복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2014년 2조1100억원에서 2018년 3조8200억원으로 성장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올해 유아동복 시장 규모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저가 아동복 시장은 축소되는 데 비해 고가의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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