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보유세는 불가능한 세금"…"거래세 완화 등 구체 내용 없어"

입력 2021-12-19 17:21   수정 2021-12-20 08:56


한경·프롬(FROM)100 대선공약 검증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동산 세제 공약에 대해 “극명하게 엇갈린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 도입을 비롯해 부동산 세제 전반적으로 강화를 주장하는 반면 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 등 완화 일변도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검증단은 방향에 대해서는 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국가 재정을 부동산 세금으로 충당하려는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 공약은 강한 비판을 받았다. 윤 후보는 부동산 세제 완화의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李 국토보유세는 세금 폭탄”
검증단은 부동산 세제에 대한 두 후보의 상반된 공약이 기본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다른 분야가 세제”라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근본적으로 다주택자를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가 있다”며 “이 후보 측은 다주택자를 투기꾼이자 남의 집을 빼앗는 사람으로, 윤 후보는 임대주택 공급자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공약으로 국토보유세가 꼽혔다. 국토보유세는 주택에 딸린 대지 등 모든 토지를 인별로 합산해 누진 과세하는 세제로, 이 후보는 이를 통해 현재 0.17%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손 교수는 국토보유세에 대해 ‘근원 불명의 세금’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그는 “국토보유세는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그 주장하는 바를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미국의 급진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의 ‘토지 단일세’를 참고한 것 같은데, 토지에 자본이 추가된 주택의 보유세를 무작정 높이는 것은 토지 단일세 취지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또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재정을 기본적으로 부동산 세금을 통해 충당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세는 단순히 높이느냐 마느냐의 문제 외에 누구한테 귀착되고 집중적으로 부담이 가느냐가 공정과세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국토보유세는 누진성과 실효세율이 커지는 만큼 세 부담이 종부세보다 더 소수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현행 대비 다섯 배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인데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이라며 “그에 따른 조세 저항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등 현행 보유세와의 연계 문제도 지적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종부세·재산세 등을 폐지하겠다는 것인지, 별도로 부과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며 “이중과세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尹, 부동산 세제 완화한다지만…
윤 후보는 부동산 세제 공약의 방향에선 이 후보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윤 후보 공약은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고,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재산세 부담을 줄이는 등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홍 교수는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점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약 실현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비판이 나왔다. 김 교수는 “세제 완화는 기본적으로 법 개정을 수반한다”며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보유한 여대야소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세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종부세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폐지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재산은 있지만 소득은 없는 계층에는 세금을 깎아주거나 과세를 이연하는 등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후보의 부동산 세제 공약이 아직 설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 교수는 “무조건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더 나아가 거시경제에 끼칠 파장 등을 보다 면밀히 분석해 공약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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