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이유

입력 2021-12-19 17:30   수정 2021-12-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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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우려하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970년대 연평균 9%에서 최근 10년 연평균 3%로 하락했으며, 이런 성장률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비관적 예측도 있다.

경제학자들이 경제성장 원인을 규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다. 경제성장을 노동, 자본, 그리고 생산성이 기여한 몫으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 요소 투입의 증가로 인한 경제성장을 양적 성장이라 부르며, 생산성 증가로 인한 경제성장을 질적 성장이라 지칭한다.

일찍이 알윈 영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는 한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비약적 경제 성장이 대부분 양적 성장이었으며, 생산성 향상을 통한 질적 성장이 미국보다 나을 게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자존심이 잔뜩 상한 리콴유 총리의 지시로 싱가포르 통계청이 질적 성장이 더 크게 잡히도록 국민소득 계정을 전면 개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는 주로 생산 요소 투입 확대를 통한 양적 성장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지만 경제가 성숙 단계에 이르면 생산성 향상을 통한 질적 성장 없이 지속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질적 성장을 대표하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이 ‘성장코어(growth core)’라고 불리는 경제 성장의 요체로 지목하는 것은 기술 혁신과 인적 자본 증가다. 기술혁신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로 대표되고, 인적 자본은 주로 교육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을 지칭한다. 대개 경제 성장 전략들은 이 두 가지를 키워드로 삼아 논의된다.

그런데 같은 기술, 자본, 노동력을 가지고도 경제의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셰창타이 시카고대 교수와 피터 클레노 스탠퍼드대 교수가 주도한 ‘비효율적 자원배분(misallocation)’ 연구다. 이들은 미국, 인도, 중국, 멕시코 기업들의 자본생산성과 매출 자료를 토대로 이들 경제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측정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산설비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발생한 생산량의 손실이 중국은 미국 대비 50%에 이르고, 인도는 미국 대비 무려 60%에 이른다고 한다. 즉, 비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자본과 생산설비를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활용했다면 중국과 인도 제조업의 총생산량이 지금보다 무려 50% 이상 높았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림은 셰와 클레노 교수가 기업의 나이에 따른 창업 후 5년차 대비 평균 고용 규모를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기업 나이가 30세가 되면 창업 5년차 대비 고용 규모가 8배에 이르지만 멕시코는 2배, 인도는 1.5배에 불과했다. 그만큼 기업이 잠재적 능력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교수는 인도나 중국에서 생산설비가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이유로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 정부 관리의 부패, 생산성과 관계없는 개인적 인연을 중시하는 정실주의(cronyism)와 같은 사회 관행을 꼽았다.

비효율적 자원 배분으로 인한 손실은 인적 자원 활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중요한 업무를 일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학연, 혈연, 지연, 성별에 좌우되는 사회나 조직은 그만큼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경제의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해법을 찾으려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겠지만, 그 해결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의외로 가까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데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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