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드웰은 스포츠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경제와 사회에서도 약한 고리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미국 뉴욕에서 코로나19 초기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사망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자 인근 섬 하나를 매장장으로 사용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약한 고리 때문이었다. 수조원을 들여 개발한 신약이나 의료기기 등 강한 고리를 형성하는 요소가 없어 사망자가 쏟아진 게 아니다. 평상시 사소해 보였던 마스크, 허름한 건물만 있으면 되는 병상, 의사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간호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약한 고리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비교적 적은 이유는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백신은 없어도 마스크는 있었다. 치료제는 없어도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려는 의료 인력이 있었다. 공공병원은 적지만 자발적으로 환자 시설을 내놓는 기업과 병원의 기여가 있었다.
요즘 약한 고리 경제를 절감한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요소수 대란이다. 국내 기업들은 10여 년 전 단가가 너무 낮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산을 중단했다. 국민의 99%는 일이 터지기 전까지 요소수가 뭔지도 몰랐다. 하지만 중국발 공급 축소는 경유 자동차의 발을 묶어 경제 현장을 마비시키기 직전까지 내몰았다.
이외에도 직원 한 명의 개인적 일탈이나 ‘피해에 대한 호소’가 순식간에 SNS를 타고 번져 기업 평판에 타격을 가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강한 고리 경제, 강한 고리 조직이 강조될 때 우리는 한 명의 천재가 조직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믿고 살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약한 고리가 부상하는 시간이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엄청난 보너스를 받는 직원보다 평범하거나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직원의 능력과 로열티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생산성 제고는 물론 예측 불가능한 평판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이다. 조직에서 가장 소외된 곳을 한 번쯤 돌아보고 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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