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에서
배고픈 택시들 질주하는 소리 들릴 때
겨울은 중심으로 응집된다
오른쪽 눈이 침침해졌다
비밀의 농도가 조금 옅어졌다
말없이 지구를 굴리던 사바나 코끼리가
잠시 한숨 쉬는 사이
무릎이 해진 바지를 입고
아침부터 책상까지
5시부터 음악까지
서성이고 싶다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문학동네) 中
바야흐로 추운 겨울입니다. 어깨가 좁아지고 무릎이 앙상해지는 겨울, 따뜻한 여름의 온기가 슬며시 그리워집니다. 겨울의 중심에 난로와 텐트와 사바나 코끼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엉뚱한 것들을 넣고 흔들면 안 보이던 비밀이 보이기도 할까요. 차가운 눈밭을 서성이는 겨울, 우리는 따뜻한 안부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건강을 빕니다. 바이러스도 슬픔도 우리를 비껴가도록 말이에요.
주민현 시인(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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