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집값이 급등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서 매수세가 사라졌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분위기에 수요자들이 몸을 사리는 가운데, 집주인들도 호가 낮추기를 주저하며 눈치싸움이 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매매 거래가 거의 없다. 일단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같은 호재가 있으니 기다려보자는 분위기인데, 급한 집주인들이 가격을 억 단위로 낮춘 매물도 팔기가 쉽지 않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에서 올해 11월과 12월 이뤄진 실거래는 각각 52건과 5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5건과 784건에 비하면 사실상 거래가 끊긴 셈이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매수세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동안구 호계동의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가격이 오르면서 월에 10건 넘게 거래된 단지가 많았지만, 올해 4분기는 월에 한 건도 없는 단지가 수두룩하다"며 아직 신고기한이 남았음에도 4분기 거래량이 전년도의 10분의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호계동 C 중개업소도 "급급매가 나와 전화를 돌려도 '일단 두고 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집값이 더 떨어질 테니 기다리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안양시 동안구 집값도 하락하고 있다. GTX-C 등의 노선이 예정된 인덕원역 도보권인 평촌동 '푸른마을 인덕원 대우'는 전용 84㎡가 지난달 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8월 기록한 신고가 12억4000만원에 비해 3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평촌동 '꿈마을 우성'도 전용 101㎡ 실거래가가 지난 8월 13억5000만원에서 11월 11억6750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인덕원 대림 2차' 전용 84㎡ 실거래가도 8월 10억2500만원에서 이달 9억원으로 낮아졌다.
동안구 집값 하락은 통계로도 포착된다. KB부동산의 ‘주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안양시 동안구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3% 내렸다. 2019년 8월 19일 이후 2년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주간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아파트값이 내린 곳도 동안구가 유일했다.
동안구는 올해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아파트값이 누적 33.7% 상승해 의왕(38.5%), 시흥(37.2%)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 상승률을 기록했던 곳이다.
최근 집값이 하락한 이유로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가 꼽힌다. 지난달 1199가구 규모 '평촌래미안푸르지오'와 304가구의 '한양수자인평촌리버뷰'가 입주를 시작했다. 이달엔 2531가구 규모 '평촌자이아이파크'와 855가구 규모 '평촌두산위브리버뷰' 입주가 시작된다. 11~12월 두 달에만 4900가구가 입주하는 셈이다.
주변에 분양이나 입주가 예정된 곳도 적지 않다. 안양에서는 만안구 6곳, 동안구 8곳 등 14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급 규모는 조합원 물량을 포함해 만안구 4400가구, 동안구 3만 가구 규모다. 재건축도 4개 단지에서 진행 중이며, 인덕원역과 인접한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지정타)도 총 8500가구 규모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동안구 아파트값의 하락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연구원 수석연구원은 "9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에 GTX-C 기대감으로 인한 집값 급등 피로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대선까지는 현재의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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