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A씨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 B씨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할 경우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데 B씨가 본인이 직접 거주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새 집을 구해 이사한 A씨는 자신이 살던 집이 부동산에 매물로 나와 있는 것을 보고 B씨가 자신을 내보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의심해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분쟁조정위는 해당 집이 현재 공실이고 부동산에 임대 매물로 올라 온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임대를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근거자료는 제출하지 못했다. 조정위는 B씨가 A씨에게 이사비와 에어컨 이전설치비,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고 두 사람 모두 이를 받아들였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이 같은 사례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사례집’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 관련 분쟁 사례를 대거 수록했다. △분쟁조정 제도 및 분쟁조정위 소개 △조정절차 △자주 묻는 질문 △주요 조정사례(33건) 등으로 구성됐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앞선 사례처럼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 거짓으로 실거주 의사를 밝힌 뒤 실제로는 다른 임차인을 구하는 등의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갱신계약의 경우 종전대비 5%밖에 임대료를 올릴 수 있지만 신규계약을 맺으면 시세에 맞춰 최대 두배 가량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실거주 목적의 계약갱신거절도 많았지만 임차인이 이를 믿지 못해 분쟁조정위에 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조정위는 임대인이 원만한 이사를 위해 보증금의 일부를 우선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분쟁조정위에 따르면 작년 11월∼올해 10월 1년간 10만3404건의 상담이 접수됐으며, 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사례도 1938건에 달했다.
정부는 분쟁조정 제도와 사례집 등을 활용해 보다 적은 비용으로 분쟁을 해결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의 경우 심급당 6개월이 소요되고 변호사비 인지사 등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분쟁조정의 경우 평균 소요기간이 28일에 불과하다.
사례집은 21일부터 국토부와 법무부,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사례집이 임대차 계약의 분쟁 당사자들이 원만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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