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이 롯데의 조직문화 쇄신을 위해 또 한 번 실험에 나선다. 1년 전 퇴직한 장호주 전 롯데쇼핑 부사장을 재임용해 쇼핑 계열사를 총괄하는 신설 HQ(헤드쿼터)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HQ에는 CFO뿐 아니라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마케팅책임자(CMO)도 신설해 쇼핑 계열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할 방침이다. 쇼핑과 호텔 대표를 비(非)롯데맨으로 교체한 지난달 인사에 이은 또 한 번의 파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이 총괄하는 쇼핑HQ에 전략과 마케팅 책임자도 신설한다. 김 부회장은 특히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백화점, 마트, 홈쇼핑, 하이마트 등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는 마케팅 역량을 한곳으로 집중시키고, ‘롯데’라는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인사는 전 롯데쇼핑 CFO를 지낸 장 전 부사장의 재임용이다. 그는 롯데백화점 출신 재무통이지만 퇴직 임원의 ‘컴백’은 전례없는 일이다. 롯데 내부에선 기존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롯데 유통 계열사들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에게 ‘군살 빼기’ 등의 중책을 맡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장 전 부사장이 최근 상근 고문으로 위촉된 것은 맞다”면서도 “CFO로 재임용될지는 인사가 확정돼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롯데백화점 수장에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롯데 관계자는 “쇼핑 내부에선 김 부회장보다 정 대표의 선임에 더 놀랐을 것”이라며 “정 대표는 한 번 방향을 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끝까지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신 회장이 이런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HQ 조직에 대한 후속 인사가 마무리되면 롯데쇼핑 등 유통 계열사들은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나설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리어 중심으로 운영하던 롯데호텔은 경영 효율을 꾀할 부분이 많다”며 “쇼핑 계열사 역시 전반적으로 재무제표상에 드러나지 않은 부실을 이번 기회에 도려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