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를 새삼 떠올린 건 2019년부터 2년 넘게 삼성전자를 취재할 때다. 당시 삼성전자는 크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정보기술·모바일)부문과 TV·가전의 CE(소비자가전)부문, 반도체 중심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으로 나뉘어 있었다. 삼성전자의 각 부문 임직원을 보면 ‘같은 회사 직원’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사로 꼽히는 애플은 다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행사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어디가 어디를 흉내 냈는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두 회사의 이벤트에도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스마트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 ‘반도체’ 담당 임원의 출연 여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마케팅 담당자가 휴대폰에 적용된 반도체 성능에 대해 무미건조하게 설명한다. 애플은 반도체 담당 부사장이 직접 나와 휴대폰에 들어간 칩에 대해 소개한다.
애플이 “경쟁 제품보다 CPU(중앙처리장치) 속도가 50% 더 빠르다” 같은 귀에 쏙쏙 박히는 멘트를 날릴 수 있는 것도 반도체 임원이 직접 나온 영향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삼성전자에도 사정이 있다. 조직 간 경쟁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 반도체와 완제품 간의 너무 다른 사업 성격 등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연말 조직 개편 이후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문이 달랐던 스마트폰과 TV, 가전사업을 ‘DX부문’으로 묶고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이 직접 ‘원 삼성’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기왕 ‘원 삼성’을 시작했다면 앞으론 완제품과 반도체 간 벽도 허무는 게 어떨까. 마침 삼성전자는 내년 초 ‘갤럭시 S22’ 출시 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때 DS부문 임직원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반도체를 직접 소개한다면 ‘원 삼성’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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