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아라" 父의 한마디에…상속세 250억 '날벼락' [더 머니이스트-정인국의 상속대전]

입력 2021-12-20 08:11   수정 2021-12-20 13:25


진중해 씨는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창업주입니다. 지방에서 5평짜리 골목식당부터 시작해서, 차별화된 레시피 개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점점 확대했습니다. 현재는 전국에 100개 가까운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 본사의 회장이 되었지요. 본사에서 직접 공급하는 특제양념이 맛의 비결이었기 때문에, 점주들이 별다른 노하우 없이도 가맹점을 운영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진중해 씨는 자신이 은퇴하고 나면 아들 하나 씨에게 회사를 물려줄 계획입니다. 아들 역시 회사를 물려받겠다는 의지와 욕심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업종에 대한 경험도 풍부했습니다. 군복무를 마친 뒤 하나 씨는 아버지에게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요.
가업에 참여하기 전, 다양한 경험 쌓아보라는 아버지
하지만 진중해 씨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어린 나이에 회사의 후계자로서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오만함과 경솔함으로 일을 그르칠 것이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진중해 씨는 아들 하나 씨에게 다른 회사에서 먼저 경험을 쌓고 오라고 했습니다. 하나 씨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었습니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에서 매장관리, 서빙, 배달 등 밑바닥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진중해씨는 하나 씨가 서른이 되어서야 아들의 가업 참여를 허락했지요. 야근과 주말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매장관리와 신메뉴 개발에 매진하는 아들을 보며 매우 흐뭇했습니다. 아버지의 만 65세 생일날, 아버지는 아들을 경영을 총괄하는 본부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버지는 돌연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아들이 회사에 입사한 지 2년에서 일주일 앞둔 어느 날이습니다.

진하나 씨는 아버지 진중해 씨의 장례식을 치른 후 상속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세무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진하나 씨가 아버지의 회사에 입사한 뒤 2년이 지났으면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돼 50억 원 정도의 상속세를 납부하면 되는데, 2년에서 7일이 모자라 가업상속공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아 300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겁니다. 불과 일주일 차이로 250억 원의 세금 차이가 나게 된 것이네요.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한 '가업상속공제제도'
가업상속공제란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에 가업상속재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빼주는 제도입니다. 최대 50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가업상속공제의 요건이 너무나 까다롭다는 겁니다. 아래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그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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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상속인의 요건

(1) 주식보유요건

중소기업·중견기업의 최대주주로서 피상속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여 소유지분 5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할 것

(2) 대표이사 재직요건

가업영위기간 중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을 대표이사로 재직할 것

① 50% 이상의 기간
② 10년 이상의 기간
③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하여 10년 중 5년 이상의 기간


2. 상속인의 요건

(1) 상속개시일 현재 18세 이상일 것

(2)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하였을 것

(3)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취임하고, 상속세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할 것

가업상속공제의 까다로운 요건 중에서도, 피상속인의 사망 전에 상속인이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조항이 특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피상속인이 65세 이전에 사망하거나 천재지변 및 인재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망한 경우가 아니면 예외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진중해 씨는 사망 당시 65세가 넘은 상황이었습니다. 심장마비는 천재지변이나 인재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될 수 없다는 겁니다.

진하나 씨가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 후 2년이 지났으면 최대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년에서 불과 일주일이 모자라 가업상속공제를 1원도 적용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지 못하니, 250억 원(공제한도 500억원에 50%의 최고세율을 적용한 금액)의 상속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된 것이지요.

부모의 나이가 65세에 가까운 경우라면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 자녀가 하루라도 빨리 가업에 참여해야 합니다. 자녀가 가업에 참여한 기간이 2년을 넘지 않으면 가업상속공제를 전혀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자녀에게 다른 회사에서 먼저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려는 아버지의 깊은 뜻이, 오히려 가업상속공제를 받지 못해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케 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세무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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