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역 곳곳에서 진행된 장애인단체의 '이동권 보장' 시위로 출근 시간대에 양방향 열차 운행이 1시간 넘게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2분께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5호선 왕십리역에서 휠체어 바퀴를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 틈에 끼워 문이 닫히지 못하게 막는 방식으로 시위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승강장의 안전문이 파손되기도 했다.
전장연은 7시30분께부터 5호선 여의도역과 행당역에서도 같은 방식의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지하철 역무원들과 경찰 등이 제지하면 열차에 탔다가 다음 역에서 10~20분간 다시 출입문을 막아서는 식으로 계속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오전 9시45분께 종료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한 발언자는 "(여러분이) 오늘 하루는 늦을 수 있지만 저희는 매일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이동권이 가로막혀 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그거 하나 고쳐달라는데 (안 돼서) 계속 나가지 못하고 절차를 밟으며 살다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호소했다. 다른 발언자들도 "장애인도 사람이다, 이동하다 죽지 말자" "장애인도 함께 살자" 등 구호를 제창했다.
이날 시위는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오른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 심사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전장연은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역 등에서 시위해왔다.
공사 측은 "방화 방면은 1시간 40~50분, 하남·마천 방면은 1시간10분 이상 지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연시간 만회를 위해 최대한 서둘러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5호선 지연 탓에 출근이 2시간 이상 걸렸다", "월요일이라 회의가 있는데 못 들어갔다" 등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다만 "장애인 이동권을 진작에 보장했어야 한다"며 시위를 옹호하는 반응도 보였다.
전장연은 오전 10시께부터는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택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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