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사진)는 지난 1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엔 초기 기업뿐 아니라 중후기 스타트업의 덩치를 키우는 ‘스케일업’ 투자에 집중해 유니콘기업 발굴에 힘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스틱벤처스는 두 차례 펀드 조성 마감을 통해 내년 9월까지 스케일업에 초점을 맞춘 ‘스틱 이노베이션 펀드’를 최대 2500억원 규모로 결성할 예정이다.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펀드다. 건당 투자금액도 5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틱벤처스는 올해 목표금액보다 더 많은 투자를 집행했다. 정 대표는 “올해 약 36곳 기업에 950억원가량을 투자했는데, 당초 목표치가 56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00억원 가까이 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인수합병(M&A)으로 인한 회수 성과가 돋보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스틱벤처스는 물류 스타트업인 와이엘피를 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반려동물 커머스 플랫폼 ‘펫프렌즈’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건강식품 제조사 ‘네추럴웨이’ 등을 올해 매각했다. 또 SK텔레콤이 인수한 공유오피스 플랫폼 ‘스파크플러스’도 스틱벤처스의 투자기업이었다.
스틱벤처스는 내년 목표 회수금액을 1600억원으로 잡고 있다. 매각 외에도 큐로셀, 에이비메디컬, 지투파워, 애드바이오텍, 티쓰리엔터테인먼트 등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한 돈을 찾을 계획이다.
정 대표는 당분간 올해와 같은 벤처투자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사상 최대였던 벤처투자 규모가 내년엔 50% 정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벤처투자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먹고 자란’ 스타트업들이 다시 고용을 늘리고 재투자에 나서는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힘을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30년 전과 비교해 한 해에 새로 창업하는 회사가 100배 이상 늘었다”면서 “이런 스타트업 열풍이 산업계 발전의 밑거름”이라고 평가했다.
스틱벤처스는 내년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결성한 ‘IBK-스틱 파이오니어 펀드’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 펀드를 통해 상반기 베트남 물류 스타트업인 에코트럭에 베팅했다. 최근엔 베트남 현지 벤처캐피털(VC)인 두벤처스가 결성한 벤처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했다. 정 대표는 “베트남은 한국의 1980~1990년대와 경제상황이 비슷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에 최소 2~3곳의 베트남 기업에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틱벤처스는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 분야도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최소 2명 이상의 전문 심사역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 4명을 신규로 채용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도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심사역 개인의 권한을 늘리고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정착시켜 투자와 회수 모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