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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 주 하나의 일본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 다룰 종목은 위생용품 소비재 기업인 유니참입니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평균 6번 화장실을 간다고 한다. 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노인도 예외가 아니다. 간병이 필요한 노인은 하루에 적어도 6개의 기저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일본에선 노인용 기저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늘어나는 기저귀 쓰레기도 고민이다.
일본 유니참(종목번호 8113)은 전세계 기저귀 수요 증가에 수혜를 입은 종목 중 하나다. 기저귀 쓰레기 문제도 가장 빨리 포착해 대안을 궁리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원재료값 급등에 올 한 해 주가는 횡보했지만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다시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란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재료 부담에 주가는 횡보해도 실적은 사상최대
20일 동경증권거래소에서 유니참은 4870엔에 장을 마쳤다. 유니참은 마스크나 생리대·기저귀, 애견용 소변패드 등 위생용품을 주로 파는 소비재 기업이다. 유니참은 코로나19 확산에 마스크가 전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리며 상승을 거듭, 지난해 11월엔 5316엔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올 들어선 원재료값 상승폭이 커지며 주가가 횡보 중이다. 올 들어 주가는 0.45% 내린 상태다.옆으로 기는 주가와 다르게 매출은 올 한해에도 우상향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마스크 판매 증가 뿐만 아니라 이익률이 높은 노인용 기저귀 등 생리용품의 판매비중이 높아지며 원재료값 상승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비중의 63.3%를 차지하는 해외에서의 성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올 1~9월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619억엔을 기록했다.
회사측은 올 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43% 증가한 750억엔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개월 남은 시점에 전망치의 83%를 이미 달성한 상황이라 최고실적 경신은 어렵지 않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내년도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 내년도 매출 컨센서스는 8150억엔으로 올해(회사 추정치 7700억엔) 대비 5.8% 증가, 순이익은 779억엔으로 올해(회사 추정치 750억엔)보다 3.9%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3억명 중국인이 늙는다…노인용 기저귀 기대↑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노인용 기저귀 매출 성장이다. 유니참은 1987년부터 노인용 기저귀를 만든 회사다. 일본의 고령화로 인해 이 분야에서 일찍부터 돈을 벌었다. 2013년엔 노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아기용 기저귀 판매량을 넘어섰을 정도다. 이제 유니참은 노인용 기저귀로 세계에서 돈을 번다. 전세계 인구가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인용 기저귀 분야에서 유니참은 일본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베트남 등 총 5개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제일 기대가 큰 건 중국시장이다. 중국시장에선 아직 현지 업체들이 노인용 기저귀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노인용 기저귀를 만들어 온 유니참이라면 고기능 제품을 통해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1~2020년 동안 중국 노인용 기저귀시장은 10배 성장했다.
UN은 2025년엔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가 3억명이 돼 전체 인구의 21%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가 되면 중국에서도 노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아동용 기저귀 판매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보도했다. 유니참은 2023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노인용 기저귀를 포함한 성인용 제품에서 50%(연율 기준)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기저귀 재사용으로 ESG 앞장서
유니참이 ESG(환경·사회·가버넌스) 트렌드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자금 유입 기대감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특히 유니참은 노인용 기저귀 판매가 늘면서 동시에 급증하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 왔다. 현재 노인용 기저귀는 주로 태워서 처리하고 있다. 이때 수분을 머금은 기저귀는 소각로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조연제를 첨가해야만 했다. 비용이 더 들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린다는 문제도 있었다.이에 유니참은 2016년부터 일본 내 지자체와 협력해 노인용 기저귀를 회수해 재사용 가능한 기저귀로 바꾸기 위한 실험을 계속해왔다. 먼저 사용한 기저귀를 파쇄해 펄프를 분리하고, 이 펄프를 오존으로 멸균처리해 새 펄프로 되돌린다. 오존은 다른 물질을 산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에, 오존을 이용하면 살균·표백·탈취가 가능하다.
유니참은 이를 위한 생산거점을 2030년까지 일본 국내에 10곳 만들고 2023년엔 재활용한 펄프로 만든 기저귀를 판매할 계획이다. 물론 기저귀의 분리회수가 얼마나 잘 이뤄질 것인지, 또 재사용한 펄프가 소비자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유니참은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재생한 펄프를 메모용지 등에 먼저 활용할 생각이다. 기저귀의 재사용 사업화는 세계 최초라 주목도가 높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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