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내년 1월 27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논의는 고 노회찬 의원이 2017년 4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건을 계기로 대표발의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률안'으로 촉발되었고 이는 3년 후 20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었으나, 21대 국회 개원 이후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2020년 6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함으로써 재연되었다. 정부는 동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정한 시행령을 올해 7월 12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하고 관련 절차를 거쳐 지난 9월28일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이를 최종 심의·의결하였다. 한 달 뒤로 성큼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되고 있고, 특히 동법이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경영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시행령이 마련된 올해 하반기부터 여러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문제된 여러 가지 법률 쟁점들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등’의 의미와 범위의 확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이하 경영책임자)이란 ①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②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기업에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대표이사라는 데에는 거의 이견이 없는 반면,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는 그렇게 명확한 것은 아니어서 논란이 많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에 대하여 ‘대표이사 등에 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예산ㆍ조직ㆍ인력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안전 및 보건 의무 이행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주요내용 설명자료', 이하 '시행령 설명자료'). 결국, 특정 직급 또는 직책 등 형식적인 사항에 국한되지 않고, 해당 사업에서의 실질적인 직무, 책임, 권한 및 의사결정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실제로 누가 행사하였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기업 내에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별도로 두었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과 책임의 범위, 안전보건에 관한 의사결정 구조 등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두지 않았다면, 또는 구분은 해 두었으나 실제 운용이 그에 따라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 해당할 수 있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가 벌어질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이 그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한편, 위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은 경영책임자등의 의미를 ① ‘또는’ ②라고 규정하고 있어, 위 ①에 해당하는 사람과 ②에 해당하는 사람 중 누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부담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나뉠 수 있다. 즉, ②를 적법하게 두었다면 ①은 면책이 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위 법문상 ‘또는’의 의미는,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고,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실질적으로 동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시행령 설명자료).
하지만 과연 위 ‘또는’의 의미를 그 문언에도 불구하고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해석할 경우,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별도로 두고 그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예산ㆍ조직ㆍ인력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였음에도, 단지 대표이사가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자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자기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과정을 들여다 보더라도, 최초 발의안 중 일부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부분이 ‘및’으로 표현되어 있으나 입법과정에서 종국에는 ‘또는’으로 변경되어 통과되었다는 것인데, 이를 보더라도 ‘또는’의 의미는 양자간에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으로 새기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더욱이 ‘또는’의 사전적인 의미는 병렬적 나열이 아닌 선택적 나열을 뜻하는데, 법률해석의 기본원칙에 해당하는 문리해석의 원칙상 ‘또는’의 의미를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이전이며 법원의 구체적인 선례가 없는 이상, 경영책임자등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조속히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하여 이에 관한 법리정립이 분명하게 이루어지고 현장의 혼란이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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