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좌파 대통령 당선 후폭풍…증시·페소 가치 곤두박질

입력 2021-12-21 15:34   수정 2022-01-20 00:01


좌파 성향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되자 칠레 화폐(페소) 가치와 증시가 급락했다. 보리치가 내년 3월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면 좌편향 경제정책을 펼쳐 칠레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전망 때문이다.

보리치의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인 20일(현지시간) 칠레 페소화 가치는 3% 이상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날 칠레 페소·미국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6% 상승한 875.21페소를 기록했다. 페소·달러 환율 상승은 페소 가치 하락을 뜻한다. 이날 페소·달러 환율 상승폭(페소 가치 하락폭)은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올 들어 페소 가치 하락률은 18.5%다.
칠레 증시도 폭락했다. 주요 지수인 S&P IPSA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 하락 마감했다. S&P IPSA 지수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7.45%까지 밀렸다. MSCI 칠레지수는 10.45% 떨어지며 지난 5월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를 보였다. 보리치의 리튬회사 국유화 계획 등 기업 규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세계 2위인 칠레 리튬회사 SQM 주가는 14% 폭락했다.

보리치가 취임 후 재정지출 확대와 증세, 연금·의료·교육개혁 등 좌편향 경제정책을 펼치면 칠레 경제에 충격이 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칠레를 떠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보리치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불평등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연금과 교육, 의료개혁에도 만만찮은 재정이 투입될 전망이다. 신용평가회사 S&P글로벌은 “경제성장률 저하와 재정적자 확대로 국가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가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보리치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국가 재정 운영에 신중함을 기하겠다고 발언하면서도 “국민의 민주적 결정이 다른 압력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여운을 남겼다.

보리치가 당선 이후 환경보호를 위해 원자재 채굴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세계 원자재시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BMO캐피탈마켓의 콜린 해밀턴 애널리스트는 “칠레가 주요 산지인 구리와 리튬의 경우 공급 차질 문제가 커지면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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