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소도시까지 뒤진다…명품 플랫폼의 브랜드 확보 경쟁

입력 2021-12-21 17:57   수정 2021-12-22 03:35

온라인 패션플랫폼 발란의 최형록 대표는 공동창업자 세 명과 회사 설립 전후 2년간 유럽의 구석구석을 누볐다.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명품 브랜드를 찾기 위해 유럽 부티크에 무작정 메일을 보내고 찾아다녔다. 밀라노와 피렌체 등 이탈리아 전역에 흩어진 부티크들을 방문하기 위해 하루에 수백~수천㎞를 이동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모은 유럽 현지 부티크가 현재 400여 개, 편집숍 1500개에 이른다.

최 대표는 지금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에 패션 MD(상품기획자)를 보내 각 나라에서 가장 ‘핫’한 상품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 명품 수입상으로 시작한 브랜드 헌터는 2세대 백화점 편집숍 시대를 거쳐 3세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3세대 브랜드 헌터는 해외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채널 중심이던 1, 2세대와 다르다.

발란뿐 아니라 머스트잇, 트렌비 등 최근 급부상한 명품 플랫폼 창업자들은 모두 브랜드 헌터 출신이다. 이들은 유럽 등지의 부티크로부터 해외 상품을 확보해 국내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브랜드 헌터는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졌다. 1세대는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수입상들이다. 김창수 F&F 회장과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 등 1세대 브랜드 헌터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패션 브랜드를 들여왔다. F&F는 설립 초기인 1992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네통과 시슬리를 수입·판매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웨어펀인터내셔널도 해외 패션 브랜드인 겐조, 베르사체 등 30개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성공을 거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헌터는 삶의 질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시기에 해외 상품을 발굴해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며 “코로나19 이후 해외 패션 수요가 급증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명품을 발굴해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노유정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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