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유족 "누구보다 가족 사랑한 형…억울하게 돌아가셔"

입력 2021-12-22 14:39   수정 2021-12-22 14:40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무 부서장을 맡아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아오다 21일 숨진채 발견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김문기 개발1처장의 유족은 22일 "고인은 실무자였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처장의 동생 A씨는 이날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서장이라고 하더라도 위에 결정권자 없이는 (사업을 추진할) 힘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처장이 숨지기 하루 전 함께 점심을 먹었다고 밝힌 A씨는 "당시 형에게 밥을 떠먹여 줘야 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형은 줄곧 '실무자로서 일한 것밖에 없다'고 하며 억울해했다"며 "특히 사측이 자신에게 중징계하는 것도 모자라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청구까지 한다는 얘기를 나에게도 해줬는데 회사의 이런 조치로 충격을 크게 받으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형은 고인이 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을 언급하며 그분이 돌아가신 이유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어서'라고도 했다"며 "공사 측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징계와 형사고발 등 방법으로) 부서장이었던 형에게 대외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김 처장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수사기관의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개인 하나를 두고 몇 번씩 참고인 조사하다 보니 형이 현직 실무자로서 중압감을 크게 받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자세한 조사 내용은 모르지만 수사 기관이 형의 업무 영역이 아닌 것까지 '하지 않았냐'는 식의 질문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A씨는 "그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형이 가족을 등지고, 세상을 등졌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라면서 "형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형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 나라, 이 정권,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김씨 사망과 관련해 메시지를 낼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장동 의혹 특별검사 문제에 대해선 "실체를 명확하게 밝히고 상응하는 책임을 서로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특검법 발의를 윤호중 원내대표에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이미 (특검을) 요청했다. 여야 협의를 통해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이 전날 김 처장의 사망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성명불상자(이재명 측 인사)를 피고발인으로 자살교사 또는 자살방조죄 고발하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처장은 전날 오후 8시30분께 성남시 분당구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처장은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인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 점수 몰아주기'와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등의 사안에서 실무를 맡아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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