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거 르쿨트르는 2006년 리베르소 탄생 75주년을 기념하며 역전되는 케이스 전후면뿐만 아니라 맨 뒷면까지 표시장치를 넣은, 총 3면을 가진 리베르소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트립티크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2021년엔 탄생 90주년을 맞아 이를 뛰어넘는 시계를 소개했는데 다름 아닌 4개의 다이얼면을 가진 시계, 리베르소 히브리스 메카니카 칼리버 185 콰드로팁크입니다. 가장 복잡한 기능을 가진 리베르소란 기록을 세운 콰드립티크는 1면에는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시간오차를 줄여주는 기능)과 퍼페추얼 캘린더(윤년까지 계산해서 보여주는 캘린더), 2면에는 점핑 아워와 분, 미닛 리피터, 3면에는 문페이즈, 4면에는 남반구에서 보이는 달의 위상 등 총 11개의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계는 단 10개만 생산됐고 가격은 135만 유로입니다. 국내 판매가는 20억원대입니다.
2021년에 소개된 이 아름답고 정교한 회중시계도 개발 기간만 8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806개의 부품은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투르비용부터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 그랑드 소네리와 프티트 소네리, 멜로디까지 들려주는 웨스트민스터 차임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지만 미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것이 특징입니다.
까다로운 마감 기준을 통과해야만 받는 제네바 인증을 거친 무브먼트는 물론이고, 18K 옐로 골드 케이스에는 장장 5개월에 걸쳐 튤립, 진주, 잎사귀를 새겼고 크라운 양쪽에는 한 쌍의 사자를 넣었습니다.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덮개에는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그대로 에나멜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재현했습니다. 현존하는 에나멜 장인으로 가장 유명한 아니타 포르셰(Anita Porchet)가 2년에 걸쳐 20회 이상 가마를 오가면서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 시계를 창립 260주년을 기념하며 소개했고, 현재 가장 복잡한 시계로 여겨지는 Ref.57260 다음으로 가장 화려한 시계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가격은 미공개.
LVMH 그룹 산하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을 알리는 행보로 최근 티파니는 파텍 필립과의 170년 인연을 기념하며 티파니 블루 다이얼의 노틸러스를 한정판으로 내놨습니다.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는 1976년 파란색 다이얼로 세상에 나온 이래 럭셔리 스포츠 시계의 대명사로 자리잡아왔죠. 2022년 파텍 필립이 5711 모델의 단종을 고지한 이래 기존 노틸러스 중고 가격이 5000만원 전후의 공식 판매가보다 몇 배 비싸게 거래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습니다. 티파니 블루 다이얼 노틸러스는 170개만 한정 생산, 그 중 1개는 필립스 뉴욕 시계 경매에 올려 낙찰가는 환경 보호 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 169개는 뉴욕과 베버리힐스의 티파니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식 판매가는 5만2000달러였는데 지난 12월 11일 경매에 올려진 시계는 2만달러에서 시작, 예상을 뛰어넘고 자그마치 650만3500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77억원에 달하는 낙찰가를 기록했습니다. 오래된 빈티지도, 단 하나만 생산한 제품도 아닌데 이러한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가장 큰 화젯거리였습니다.
정희경
<노블레스>, <마담휘가로> 등의 잡지에서 기자, 부편집장을 지냈고 타임포럼 대표를 거쳐 현재 매뉴얼세븐 대표를 맡고 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등 여러 시계업체의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2015년부터 고급시계재단(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 아카데미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시계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 the Grand Prix d’Horlogerie de Geneve)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경 CFO Insight에 연재하는 문제들은 곧 출간할 <시계지식탐구>에서 발췌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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