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위가 탕펑 대만 디지털담당 정무위원(장관급)을 초청하고, 연설을 취소한 과정을 보면 ‘아마추어 외교’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탕 정무위원에게 지난 16일 열린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에서 화상 연설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올 9월이다. 행사 보도자료엔 탕 정무위원을 ‘대만 디지털부 장관’으로 소개하며 발표자라고 버젓이 명시했다. 그러나 4차산업위는 오전 10시 예정된 행사 개막을 불과 1시간10분가량 남겨놓고 이메일로 연설 취소를 통보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4차산업위가 밝힌 취소 이유는 “양안(중국-대만) 관계의 측면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제반 상황을 검토해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중국 반발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중국-대만 문제가 국제 이슈로 부각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더욱이 ‘천재 해커’로 알려진 탕 정무위원은 대만 최연소 장관이 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명 인사다. 이달 초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대만 대표로 연설해 주목받았다. 그런데도 외교당국은 3개월 동안 섭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김부겸 총리까지 참석한 행사인데 정부 내 소통 부족으로 뒤늦게 대만 측에 외교 결례를 범한 것도 문제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점이다. 애초에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부르지 말든가, 기왕 초청했으면 그대로 진행하는 게 상식이다. 원칙도, 전략도, 체면도 실종된 한국 외교 민낯을 또 한 번 확인케 한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전략적 모호성’ ‘균형 외교’라는 미명 아래 중국에 대해 굴종 외교를 편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대통령부터 “중국은 큰 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온 건 변함없는 사드 보복, 서해공정 등 중국의 대놓고 얕보기였다. 그런데도 끝까지 중국 눈치보기 외교로 일관하며 국제 망신을 자초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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