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프로펠러가 달린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열아홉 살, 본명 양승호로 '고등래퍼3'에 첫 등장했을 때 범상치 않다는 게 단번에 느껴졌다.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소개하는 유쾌함 속에서 반전 실력이 나왔다. 그가 내뱉는 랩은 자유분방하고 독특했다. 외계인이라더니, 정말 독보적인 음악성이었다.
혹자는 기믹(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특이한 전략, 또는 그 전략에 이용되는 독특한 특징을 일컫는 말)이라며 실력을 의심했고, 그의 음악에 "난해하다"는 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의 창의력은 곧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천재'라는 수식어와 같은 선상에 올려놨다. 래퍼 소코도모(sokodomo)의 이야기다.
소코도모는 최근 종영한 '쇼미더머니10(이하 '쇼미10')'에 출연해 세미파이널까지 오르며 크게 활약했다. '고등래퍼3'에 이어 두 번째 참여하는 힙합 서바이벌. 가벼운 마음이 들던 과거와 달리 중압감이 그를 눌렀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소코도모는 "과한 콘셉트를 하고 있는데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런지 여전히 인정을 못 받는 느낌"이라고 털어놓는가 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 게 쉽지 않다며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 혼자 계속 내 범위 안에만 있으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배우지 못한 채로 멈춰있을 것만 같았다"면서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공간을 나도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그 안에서 나 역시 설득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쇼미10' 출연 계기를 털어놨다.
"제가 원하는 방식의 음악으로 밝게 튀는데, 그게 예쁘게 반짝거린다면 사람들이 좋아해 줄 거라 생각했어요. 저만의 색깔로 빛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런 마음으로 경연에 임했어요."
10대의 끝자락에 있던 양승호와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소코도모 사이에는 꽤나 다른 점이 있었다고. 소코도모는 "'고등래퍼3'에 나올 땐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 등 알고 진행하는 게 많았다"면서 "부담감을 이기는 과정이었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 대해 알리면서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의 범위는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쇼미10'으로 얻은 게 많은 소코도모였다.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펼쳐놨고, 경연곡 '회전목마', 'BE' 등은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회전목마'는 음원차트 정상을 찍고 현재까지도 상위권에서 롱런하고 있다. 대중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싶다는 목표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소코도모는 "사람들이 두고두고 계속 들을 수 있는 곡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내가 원하던 노래가 나오게 됐다. 가지고 있는 음악적 데이터를 방송 취지에 맞게 잘 보여줬던 것 같다"고 밝혔다.
프로듀서 자이언티X슬롬 팀에도 강한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의견을 서로 많이 주고받았다. 아이디어를 입 밖으로 소리 내는 걸 좋아하는데 프로듀서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내 의도랑 더 가까워지더라. 하나씩 잘 정리되어가는 게 좋았다"고 전했다.
'쇼미10' 레이스를 무사히 끝낸 이후의 소코도모 음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솔직히 '회전목마'를 뛰어넘는 곡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코도모는 "'나 이제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침착하게 해보자'라는 마음이 반복된다. 이건 부담이라기보다는 너무 행복한 고민인 것 같다. 좋은 거다. '쇼미10' 경연곡들이 나올 때마다 배운 게 많기 때문에 언젠가 '회전목마'보다 더 좋은 걸 만들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고 당차게 말했다.
요즘 빠져 있는 건 오로지 자기 자신이라고. 소코도모는 "내게 집중되어 있는 시간"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니 더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좋고 감사하다. 항상 그랬듯이 '이제 뭘 할까' 생각한다. 이건 숨 쉬듯이 하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그루비룸, 보이콜드 등 힙합신의 많은 이들이 그를 '천재'라고 치켜세웠는데 분명 다음이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였다.
"천재요? 나쁘지 않은 말이에요. 저는 계속 저다운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제가 멋있다고 느끼는 걸 할 것 같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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