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이진욱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tvN 주말드라마 '불가살'에서 이진욱은 인간에서 죽일수도, 죽지도 못하는 불가살(不可殺)이 된 단활 역을 통해 슬픔, 분노, 회한 그리고 한(恨)까지 여러 감정들을 터뜨린다.
태어나기 전부터 ‘저주받은 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단활(이진욱 분)은 장군 단극(정진영 분)에게 양아들로 거두어져 실력 있는 무관으로 자랐다. 하지만 여전히 따라다닌 불가살의 저주는 제 자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괴물을 보는 듯한 시선, 천한 신분에 대한 멸시, 아내 단솔(공승연 분)의 원망조차 담담히 받아내는 그의 얼굴은 안타까움을 일으켰다. 자신의 저주 때문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아들의 손을 차마 잡아주지 못한 채 돌아선 순간 역시 마음을 쓰라리게 했다. 이는 배우 이진욱(단활 역) 특유의 슬픈 눈빛과 어우러지며 무게감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가족의 죽음에 절망하고, 혼을 빼앗겨 죽지도 못하는 존재가 된 단활의 분노는 한층 강력했다. 아들을 품에 안은 회한의 절규는 시청자들을 단활의 아픔에 더욱 이입하게 만들었고, 불가살이 된 그가 형형한 기운을 뿜어내며 민상운(권나라 분)의 전생을 칼로 찔렀을 때는 일순간 숨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특히 자색의 눈과 얼굴에 드러난 검은 핏줄, 검고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인외 존재로 변한 모습은 이진욱의 카리스마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임팩트를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감정들의 밑바탕에 자리한 한(恨)의 정서를 덧씌워낸 표현력으로 몰입감을 배가, 극의 중심을 이끄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입증했다.
600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단활의 외양과 말투가 현대의 것으로 바뀌었지만 그를 에워싼 쓸쓸한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아 시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다. 배우가 캐릭터에 완연히 녹아들었음을 돋보이게 한 대목이다.
그동안 불가살 여인을 쫓던 단활은 그녀가 민상운으로 환생한 현대 시점에 들어섰다. 과연 어떤 운명의 소용돌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가 기다려지고 있다.
불가살이 된 남자가 600년 동안 환생을 반복하는 한 여자를 쫓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불가살'은 25일 밤 9시 3회가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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