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해 “한반도 평화의 입구이자 비핵화 협상의 촉진제”라며 임기 마지막까지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조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선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을 열려뒀다.
최영준 통일부 차관은 23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내년도 외교·통일·국방부 업무보고 합동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현재 교착된 남북 및 북·미 간에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정부의 거듭된 대화 제의를 응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에 지속된 교착 국면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남북 및 북·미 관계가 답보 상태에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목표이자 비핵화와 평화 협상을 촉진시키는 유효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은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나오자 적극 반박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과거 정부들에선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선 남북 간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다”면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9·19 평양 공동선언에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철폐와 그 이후의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까지 합의하면서 정상 간의 약속을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 협상에 있어) 한국이 조력자나 협력자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눈을 감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또 다시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는 “정부도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보는 것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실질적 진전을 보이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유엔 총회에서 17년 연속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서 3년 연속 불참했지만 이날 외교부는 ‘평화 안보,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증진’에 나서겠다고 보고했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란 지적엔 “그런 우려에 대해 정부도 중국과의 여러 가지 만남의 계기에 전달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들어 외교적 보이콧에 나서고 있는 베이징올림픽에 대해선 대표단 파견을 넘어 문 대통령의 참석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문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북한, 중국 간의 협의 결과를 보면서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의 중요한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IOC가 북한 선수단의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가운데 북·중 양자 간 협의에 따라 북한 고위급 인사가 방중할 경우 문 대통령이 참석할 수도 있다고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화상으로 열리는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도 문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참석이 논의될 전망이다. 중국이 한국을 미·중 사이의 ‘약한 고리’로 보고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외교차관 전략대화 역시 4년 반만에 열리게 됐다. 이날 회담에선 다음달을 목표로 추진하는 한·중 화상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취임 후 두 차례 방중한 문 대통령과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아직 한 차례도 방한한 적이 없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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