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8일 08: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결혼정보회사와 달리, 비슷한 기호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가볍게 만남을 시작하는 데이팅 앱은 소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
국내 선두권 데이팅앱 '글램'을 운영하는 큐피스트의 안재원 대표(사진)는 28일 기자와 만나 "1대1 만남의 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주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넓혀나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직원 50여 명이 모인 7년차 스타트업 큐피스트는 데이팅 앱 '글램'을 운영하고 있다. 4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글램은 국내 데이팅 앱 시장에서 월간 이용자 수(MAU) 35만 명 수준으로 '틴더', '위피' 등과 함께 1~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큐피스트는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8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는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 지난달 말에는 성장성을 인정받아 위벤처스, 스트롱벤처스 등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4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꾸준히 이익을 낸 덕에 그간 기관 투자금이 없어도 버틸 수 있었다는 게 안 대표의 말이다.
글램은 2016년 출시 때부터 '등급제' 시스템을 적용해 주목받았다. 이용자의 프로필을 이성의 매력도 평가에 따라 '브론즈-실버-골드-다이아몬드' 등으로 나누는 식이다. 언뜻 '정 없어보이는' 이 시스템은 글램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안 대표는 "당시 유행하던 게임의 등급 시스템을 차용한 건데, 입소문을 타면서 대박이 났다"며 "나와 '급'이 맞지 않는 이용자는 아예 보이지 않게 하자는 전략이 소개팅이라는 측면에서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안 대표는 대학생 시절부터 사랑의 '큐피드'를 자처했다. 수많은 지인들의 소개팅을 맺어주고, 학교 축제에서는 500 대 500 미팅을 주선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그는 "당시 내가 맺어 준 커플이 고맙다며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는데 그럴 때 희열을 느끼곤 했다"며 "내가 즐거워서 했던 일이 그들의 인생을 바꿨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고 했다.
주선자로서의 열정에 스스로가 느낀 '결핍' 한 스푼이 더해져 글램이 탄생했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정작 나는 스스로 키도 작고 못생겼다고 생각해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면서 "30개 넘는 데이팅 앱을 써보면서 심한 과금 유도나 '유령 회원' 문제를 경험한 뒤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등급제 시스템이 인기를 끈 이후 글램은 데이팅 앱을 넘어 소셜 미디어로 발돋움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스트리밍 플랫폼인 '라이브 데이팅'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다.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여러 명이 함께 스트리밍에 접속해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다. 연애 상담부터 취미생활, 사주팔자 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소통하며 일종의 '모임'을 형성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데이팅 앱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 중이다.
안 대표는 큐피스트를 두고 '사랑을 혁신하는' 회사라고 했다. 비대면이거나, 가볍거나, 동성이거나 상관없이 다양한 종류와 방식의 관계가 모두 존중받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는 "나중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가상인간을 만들어 사람들의 옆자리를 채워주고 싶은 생각도 있다"며 "다양성을 지향하면서 외로움을 해결하는 게 우리의 비전"이라고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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