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렵기만 한 클래식…듣다 보면 귀가 트인다

입력 2021-12-23 18:01   수정 2021-12-24 02:15

연말을 맞아 공연장마다 클래식 공연이 한창이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나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은 연말 단골 레퍼토리다. 하지만 작품의 전후 맥락을 모르고선 온전히 즐기기가 쉽지 않다. 클래식이 낯선 이에게 감상의 길을 알려주는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

《당신을 위한 클래식》(전영범 지음, bmk)은 클래식이 지닌 가치를 설명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던 클래식을 ‘가볍게’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시간이 곧 돈’인 시대에 돈과 시간을 들여 클래식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파한다. 저자에 따르면 클래식은 리듬, 화성, 형식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음악이다. 어떤 것이든 완벽함은 우리에게 통찰을 전한다. 음악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에 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르디 음악이 지닌 완벽성에 감화된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이 완벽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를 꼭 엄숙하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독일의 명 지휘자 프루트뱅글러는 악장 사이 박수를 금지하는 관행을 깼고, 과거 클래식 공연장에선 음주와 식사도 가능했다. 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입문 단계의 곡을 중심으로 베토벤, 슈베르트 등 유명 작곡가와 카라얀, 루빈스타인, 카잘스 등 유명 지휘자·연주자에 얽힌 일화도 흥미롭게 전한다. 저자는 “음악 문법을 다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모른다고 기죽을 것도 없다”며 “듣다 보면 익숙해지고, 음악이 귀에 들린다”고 조언한다.

《클래식을 처음 듣는 당신에게》(박종호 지음, 풍월당)는 국내 대표 예술살롱 ‘풍월당’ 주인인 박종호 대표가 클래식 입문을 권하는 책이다. 저자는 클래식을 왜 들어야 하는지부터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개인의 성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클래식은 번잡한 세상에서 자신을 분리해 자족하게 해준다”며 “이렇게 타인이 정한 잣대를 벗어나 숨 쉴 틈이 마련될 때 자아는 성장한다”고 역설한다.

클래식은 어떻게 들어야 할까. 저자는 클래식 감상법을 세 가지로 요약해 제시한다. 독서나 전시회 관람 등 다른 예술과 달리 클래식은 청자가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 작곡가의 의도대로 시간을 쏟아 온전히 들어야 하는 것. 감상할 때는 설거지와 공부 등 다른 일을 하며 듣지 말고 오로지 음악만 감상하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론 선율의 변화, 화음 등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들으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클래식을 반복해서 들으면 자신만의 잣대가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교향악 순례》(신동욱 지음, 봄날의박씨)는 ‘클래식 덕후’를 자처하는 저자가 2년여간 전국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24개 국공립 교향악단의 공연 후기를 풀어낸다. 2019년 12월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서울, 제주 등 도시 20곳을 거쳐 지난 6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로 끝맺는 526일의 전국 오케스트라 순례를 시간 순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20여 회에 달하는 공연을 비평하고 전국 23곳의 공연장도 소개한다. 오케스트라의 우열을 가리거나 최고의 공연을 꼽진 않는다. 대신 악단의 특징과 상임지휘자의 성향 등을 설명한다. 코로나19로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성사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국내 오케스트라 애호가를 위한 가이드북인 셈이다. 저자는 “마음만 먹는다면 전국 팔도 어디에서라도 수준 높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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