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효자' 된 HK이노엔, 1조원 수출 대박

입력 2021-12-23 17:51   수정 2021-12-24 01:43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HK이노엔)를 인수한 2018년 2월만 해도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콜마가 삼키기엔 덩치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콜마가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영업이익(2017년 669억원)의 20배를 인수자금(1조3100억원)으로 쏟아부어야 하니, 그런 평가가 나올 만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인수작업을 진두지휘한 윤상현 부회장(사진)의 생각은 달랐다. 사업구조 다각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CJ헬스케어를 꼭 손에 넣어야 한다고 본 것.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웃돈’을 주는 것도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윤동한 회장의 장남인 윤 부회장은 2009년 한국콜마에 합류하기 전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 등에서 일하며 기업 성장전략과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안목을 기른 터였다. 그의 ‘눈’은 정확했다. 케이캡은 한국콜마 식구가 된 이듬해 ‘대한민국 30호 신약’으로 출시돼 곧바로 국내시장을 평정했다.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자 1조원이 넘는 수출계약이 따라왔다. “부적절한 입양 아니냐”는 평가까지 받던 HK이노엔은 이렇게 한국콜마그룹의 ‘효자’로 거듭났다.
미국 시장도 뚫은 케이캡

HK이노엔은 미국 소화기의약품 전문기업 세벨라의 자회사 브레인트리 래버러토리스에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5억4000만달러(약 64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고 23일 밝혔다. 브레인트리 래버러토리스는 케이캡을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HK이노엔은 계약금과 함께 임상시험, 허가 등 단계별 기술료는 물론 매출에 비례해 로열티도 받는다. 계약 기간은 미국 내 제품 발매 후 15년이다. 이에 따라 케이캡 수출금액은 △중국(9500만달러) △멕시코 등 중남미 17개국(8400만달러)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6개국(약 2000억원)을 합쳐 1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케이캡의 최대 강점은 ‘검증된 효능’이다. 출시 3년 만인 올해 원외처방액 10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의 ‘챔피언’이자 LG화학의 ‘제미글로’(당뇨병 치료제)와 보령제약의 ‘카나브’(고혈압 치료제)에 이은 ‘국산 3호 블록버스터 의약품(매출 1000억원이 넘는 의약품)’ 자리를 예약해놨다.

케이캡이 국내에서 검증된 만큼 미국에서도 먹힐 것으로 HK이노엔은 기대하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흐름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계열에서 케이캡과 같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로 바뀌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는 이유에서다. P-CAB는 PPI에 비해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북미지역에는 아직 P-CAB 계열 약이 판매되지 않고 있다.
상승세 탄 HK이노엔
HK이노엔은 한국콜마그룹 품에 안긴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8년 인수 후 3년 연속으로 매출(4907억원→5426억원→5984억원)과 영업이익(566억원→853억원→871억원)이 모두 늘었다. 케이캡뿐만 아니라 고혈압약 ‘헤르벤’(지난해 매출 252억원), 수액(682억원), 숙취해소제 ‘컨디션’(482억원) 등 주요 제품이 경쟁력을 유지한 덕분이다.

‘제2 케이캡’ 개발 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는 임상 2상에 들어갔고, 아토피·건선·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 치료제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16개에 이른다. 여기에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와 CAR-NK 치료제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8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 만큼 신약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HK이노엔을 품에 안은 덕분에 한국콜마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층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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