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국면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링거나 주사를 통한 치료제와 달리 집에서 간편하게 알약을 먹는 방식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어서다. 경증 환자가 위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대폭 낮춰준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재개 여부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도입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현재까지 확보한 팍스로비드는 16만 명분. 미국(1000만 명분)은 물론 영국(275만 명분) 일본(200만 명분) 등 주요 국가에 비해 현저히 적다. 추가 구매 계약이 더뎌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화이자·모더나 백신 늑장 도입으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은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이자는 미 정부에 팍스로비드를 즉시 납품하기로 했다. 화이자가 현재까지 생산한 팍스로비드는 총 18만 명분. 이 중 6만~7만 명분을 미국에 우선 배정했다. 화이자는 내년 한 해 동안 총 1억2000만 명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미 팍스로비드 1000만 명분을 선구매한 상태다. 팍스로비드는 한 명분 가격이 530달러(약 63만 원)지만, 미 정부는 팍스로비드가 필요한 가정에 무료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비해 우리 방역당국이 확보한 팍스로비드는 16만2000명분에 그친다. 라게브리오(24만 명분)까지 더해도 40만 명분에 불과하다. 화이자 등과 추가 구매를 논의 중이지만 이를 더해도 확보 물량이 두 자릿수에 그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이 미국 인구의 6분의 1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도 현재 확보한 물량은 너무 적다”며 “전체 확진자의 20%가 입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 확진자 1만 명 정도면 1주일에만 1만4000명분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행이 악화할 경우 현재 확보한 팍스로비드 물량으론 약 두 달밖에 버틸 수 없다는 의미다.
팍스로비드의 제조 공정이 복잡해 생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 역시 내년 늦여름에나 1000만 회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빠른 구매 계약을 통한 물량 선점이 필요한 배경이다.
한 당국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 승인 일정에 맞춰 도입 물량과 시기를 발표할 것”이라며 “추가 구매 협상이 구체화되면 현재 물량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을 승인하겠다는 목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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