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공익광고협의회가 만든 '모습은 비슷해도 결과는 정반대'라는 광고의 한 문구입니다. '자동차 가속 페달'(엑셀러레이터)을 밟는 대신 '자전거 페달'을 밟고 '보일러 온도'를 올리지 말고 '지퍼'를 올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 이 광고가 나올 때만 해도 환경 보호를 위해 개개인의 실천이 강조됐죠.
10년이 지난 지금. 어디 보다도 '친환경'에 더 극성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들입니다. 정부가 작년 하반기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그린뉴딜'을 제시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시작하자 기업들도 관련 행보에 나선 것인데요. 최근 들어서는 친환경 요소에다 사회 요소와 지배구조 요소까지 아우른 'ESG'라는 개념이 화두입니다. 글로벌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ESG 관련 투자 비중을 내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죠.
개인투자자들도 ESG에 대한 정부와 기관투자자,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체감할 수 있는 투자수단이 있습니다. ESG와 관련한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하면 됩니다. ESG ETF는 기업의 재무적 요소 뿐 아니라 환경보호와 사회적책임, 적정한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인도 함께 고려해 투자하는 '사회적책임투자'의 한 종류입니다. 이른바 착한 기업인 셈입니다.
이에 발맞춰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ESG ETF 상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ESG 점수가 높은 기업들을 비중 있게 담은 ETF 상품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화두인만큼 수익률도 높을까요. 투자자들은 ESG ETF를 담아도 될까요. 이처럼 투자자들이 궁금할만한 부분들을 해소해 줄만한 논문이 최근 소개됐습니다. 한국경영교육학회가 발행한 22쪽 분량의 논문 '가격괴리율과 추적오차에 의한 ESG ETF의 성과분석'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논문은 국내 ESG ETF 상품에 투자해 초과성과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ETF 종목들과 비교할 때 ESG ETF에서 할인현상이 더 많이 발생했고 가격괴리율은 0과 동일하지 않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같은 답을 얻기 위해 논문의 제1저자인 이상원 동아대 금융학과 교수는 ESG ETF가 국내 처음 도입된 2017년 12월부터 작년 9월까지 기간 동안 상장된 ESG ETF 7종의 가격괴리율과 추적오차를 분석했습니다.
대상이 된 종목들은 ARIRANG ESG 우수기업 ETF, 브이아이 FOCUS Leaders 150 ETF, Tiger MSCI Korea ESG 리더스 ETF, Tiger MSCI Korea ESG 유니버설 ETF, KODEX MSCI ESG 유니버설 ETF, KB STAR ESG 사회책임투자 ETF, KODEX 200 ESG ETF 입니다. 이들 7종은 한국거래소와 국내 기업이 산출한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ETF와 MSCI에서 산출한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ETF로 나뉩니다.
조사 결과 이 교수는 ESG ETF들의 평균 수익률이 기초지수의 평균 수익률보다 높고 표준편차(값이 평균을 중심으로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가 낮게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기초지수의 변화보다 변동성이 작게 나왔다는 것은 ESG ETF를 '안정적인 자산'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추적오차 분석 결과도 양호했습니다. 전체기간에서 ETF 가격 수익률과 기준가격(순자산가치·NAV) 수익률을 이용한 추적오차 분석 모두에서 평균 추적오차의 절대치는 작았습니다. 사실상 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추적오차란 ETF가 추종지수를 얼마나 못따라가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오차수치가 클수록 좋지 않은 ETF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가격괴리율의 경우 평균 괴리율이 0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ETF에서 괴리율이란 해당 ETF의 기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말합니다. 즉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기준가격의 차이가 없을 수록 좋은 ETF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괴리율이 높을수록 본래 기준가격보다 높은 가격이 사는 '고가매수', 기준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저가매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올라가는 것이죠. 수익률 비교에서도 ESG ETF 수익률과 기초지수 수익률간 차이가 발생해 ETF가 기초지수를 효율적으로 쫓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마디로 투자자들이 국내 ESG ETF 상품들을 통해 초과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논문을 통해 입증된 것인데요. 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ESG 분야 투자에 익숙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이 ESG 투자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 안전한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국내 시장에 액티브 ESG ETF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직전의 연구여서 한계지점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액티브든 패시브든 형태와 관계 없이 국내 모호한 ESG 기준과 시장지수와 차별성 부재 등 걸림돌로 인해 ESG ETF를 통해 초과성과를 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끌어낸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 교수는 "착한 투자를 개미 시장에서도 주류로 끌어올리려면 수익률 등 성과도 뒷받침될 수 있어야 한다"며 "좋은 성과를 위해선 그에 앞서 먼저 정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ESG 투자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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